아빠가 되고 보니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 1.

by 빅토 Lee

오늘의 티타임 차


오늘은 여인선 작가님의

"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라는 책에서

11월의 차 [골동 보이차]를 읽고, 보이차를 선택했다.


책에서는 무려 1950년대에 만든

진귀한 보이차가 나오지만

내 찬장에 가장 오래된 보이차는

"대익보이차"에서 구매한

2013년 생산 "92방전"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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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상세 설명에 당해연도 원료와

시간이 지난 진료를 섞어 만들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포장지에 8년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8년 된 진료를 섞은 것 같다.

그러니까 음.... 2005년 원료와 2013년 원료니까

나름 20년 된 보이차라 생각하기로 한다.


보통 우리가 많이 본 동그란 접시형태인

"병차" 보이차가 아닌

정사각형 형태의 "방차"를 마시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 사두고 쟁여두고만 있었다)


KakaoTalk_20251120_112832132_06.jpg 마치 초콜릿 같은 방차. 저 한 조각 튀어나온 부분만 떼어내니 약 4g 정도 나왔다.

생차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밝은 색의 여린 잎이

많이 들어있는 모습이고

맛도 일반 숙성보이차보다는 좀 튀어 오르는

상큼함이 있다고 할까

녹차와 우롱차 비슷한 풀향도 있고

제품페이지 피셜 귤향도 있다.

역시나 뒤에 오는 묵직한 한약향 같은 진향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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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공도배와 같은 세트 찻잔을 사용했으나, 차 탕색을 확인하기 위해 투명잔에 따라보았다.

생차라서 그런지 숙차보다 탕색이 밝다


사실 많은 차 애호가들이 겨울이나

추워지는 날씨에 보이차를 많이 추천한다.

특유의 묵직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낙엽을 연상시키는 찻잎까지

여러모로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차이다.


하지만 보이차는 일반적으로

쉽게 선택해서 마시기 어려운데,

향 때문이기도 하고,

긴압 상태의 잎을 조심히 떼어내는 것부터,

"이왕이면" 자사호에 우려야지,

첫 우림차는 버려야지,

공도배에 나누어 작은 잔에 여러 번 마셔야지 등등

차를 마시기 위한 다구의 종류도 많고

일련의 다도, 다예, 의식 비슷한 절차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 오래된 골동 제품만 좋다는 인식도 있고

그러다 보니 비쌀 거라는 인식도 있다.

사실 제품 중량에 비해보면

가격대가 홍차랑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제품들도 많다.

게다가 보이차는 아홉 번도 우려마실 수 있다고 하니

가성비는 더 좋을지도.


그렇지만 차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아내가

손님만 초대하면 보이차를 우려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부드럽고 포근한 보이차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어쩌면 대추차, 쌍화차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빠가 되고 보니 아버지가 보였다.



가수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는 2005년 발표되었다.

그렇치만 내가 이 노래를 듣게 된 건 딸아이를 낳고

나도 아빠가 된 2015년 이후였었다.


l_2012050802000253200063602.jpg 출처 https://sports.khan.co.kr/article/201205071543153


정확하게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흐르는 눈물에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들었다.

싸이 특유의 창법과 목소리 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가사 때문에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가사에서 공감하는 포인트가 바뀌는데

그 어느 부분에서 공감하더라도

아직도 마음이 울컥한다.


그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아버지 같아서,

그 아버지의 모습이 나 같아서,

내가 아버지께 말하는 것 같아서,

내 자녀가 내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해서...


오리 농장이 힘들었을 때 이 노래를 들었고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이 가사에 공감했었다.

꾹 참고 출근을 했고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했다.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다 비슷했고

그렇게 내 아버지의 출근길을 상상했다.


이제 큰아이가 4학년이 되고

공감의 가사는 달라졌다


"어느새 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아빠는 바라는 거 딱 하나

정직하고 건강한 착한 아이 바른 아이

다른 아빠 보단 잘할 테니

학교 외에 학원 과외

다른 아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무엇이든지 다 해줘야 해

고로 많이 벌어야 해 니네 아빠한테 잘해"


분명히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정직하고 건강한, 바른 아이로만 자라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내 모습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다른 아빠들과의 경쟁은 꿈도 못 꾸고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 모두 행복하기 위함인지

학원을 더 보내기 위함인지

어느새 경계도 무너진듯해서

또 가슴이 울컥했다.


"이젠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싶지만

아버지기 때문에 얘기하기 어렵구만

세월의 무상함에 눈물이 고이고

아이들은 바뻐 보이고 아이고

산책이나 가야겠소 여보 함께 가주시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우리 아버지도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싶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학원에 숙제에 바빠서

할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아버지 혼자 쓸쓸히 운동삼아 나가시는 산책길이

외로워 보여서 마음이 슬펐다.

그냥 나가지도 못하고

분리수거를 한 아름 안고 나가시는 모습 상상되어

더 가슴이 울컥하기도 한다.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거나

아이들 숙제를 봐주거나

오랫동안 다닌 수영장 가는 시간이라는 핑계 속에

외로운 발걸음을 함께 걸어드리지 못했다


분명히 아버지와 함께 가고 싶어서

아버지와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며

사업으로 경력으로 그 길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벗어나버리고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내게 길을 알려달라고 한다.


어쩌다가 아이들과 다 같이 산책을 나가면

저 멀리 빠른 걸음으로 혼자 홀연히 걸어가시는 아버지.

모처럼 손주들과 나왔는데 왜 그러시냐며

어머니께 툴툴거리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그렇게 밖에 걷지 못했나 보다

늘 혼자서, 앞장서서, 그렇게 걸었어야 했나 보다.


그 뒷모습이 야속했는데,

사실 그 뒷모습이 빛이 나는데,

아, 아버지도 기다렸겠구나

아버지도 같이 가고 싶었겠구나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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