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진짜 2026년의 시작.

by 빅토 Lee

오늘의 티타임 티.


오설록의 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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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 대표 티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아침에 나올 때 보니 날이 훈훈하다.

봄이 온 것 인가?


사실 온도는 영상 3도 정도였는데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아이들이 개학으로 학교에 가서 그런가 보다.


봄이 왔으니 봄을 대표하는 세작을 마셔보기로 한다.

아쉽게도 잎차로 가지고 있지 않아서 티백을 뜯는다.


녹차는 채엽을 하고 잎에 열을 가해 산화작용을 멈추는 살청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그래서 이름처럼 초록초록한 녹차가 만들어지는데 살청의 방법에는 뜨거운 솥 같은 곳에 덖는 방법과 찜통 같은 것으로 찌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배우기를 중국 녹차가 보통 덖는 방식으로, 일본의 녹차가 주로 찌는 방식으로 녹차를 생산한다고 한다. 티백의 설명을 보면 오설록의 세작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 녹차를 블렌디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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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녹차답게 70도의 물로 우리라고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포트를 100에 맞춰두었다.

70도가 될 때까지 물을 식힌다.

마치 컵라면을 기다리듯이 안절부절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사실은 아직 날이 추워서 잘 식는다.

그래도 3분보다는 더 기다리는 것 같다.


녹차의 장점은 맛과 향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난히 혀와 입천장이 여린 나로서는

70도 정도의 물로 우린 차라 뜨겁지 않아서 바로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차는 1분 30초만 우리라고 설명되어 있으니 따라보기로 한다.

우리는 시간보다 물 식히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매직.


처음 느껴지는 향은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견과류의 향

그리고 녹차 특유의 해조류 향

그리고 보통 난향으로 표현하는 미묘한 향이 있다.

티백에 쓰여있는 그대로의 맛과 향이다.

이렇게 정직할 수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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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온도로 짧게 우려서 진하지 않지만

예쁜 색이다. 마치 투명한 옥을 보는 느낌.

이렇게 보니 패키징 색이랑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맛이 달다.

녹차는 홍차와는 또 다른 떫은맛이 있기도 한데

이 차는 부드럽고 달았다.

술도 아닌데 술술 넘어간다.

뜨겁지도 않아서 원샷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차 한잔의 여유를 아는

교양 있는 남자이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있어 보이는 척을 하기로 했다.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아내가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아 예.. 예....




봄이 오면.


봄은 참 신기하다.


우리가 흔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말해서 그런가

봄이 와야 비로소 한 해가 진짜 시작하는 느낌이다.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는 1, 2월 아이들 방학에 정신없이 바쁘다가

학년도 바뀌고 일정도 바뀌는 단계를 겪어서 그런지

봄이 더 진짜 시작 같은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2월이 마지막인 느낌은 또 아니다.

12월이 마지막이라 느껴지니

살면서 두 달 정도 손해 보고 사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1월에 잔뜩 세워두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한 해의 계획들을

3월에 다시 곱씹어 보면서

"그래 사실은 3월이 진짜 시작이지."

"원래 3월부터 하려고 한 거야!"

라고 위로를 해본다.


봄이라고 하면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같은

색색이 화사함과 화려함이 떠오르지만

사실 봄은 초록초록 올라오는 풀과 새싹, 나뭇잎 등

갑자기 필터를 씌운 것처럼

풍경이 어느새 초록빛이 되어서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황사와 유난히 심해지는 미세먼지도 있지만.


한결 가벼워지는 옷차림과

조금은 풀어지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하다.


생활이나 삶이 딱히 달라지는 건 없는데

마음이 괜스레 조금은 더 편안해지는 건

겨우내 추위로 움츠린 자세가 펴져서 그런가

그렇게 넓게 펼친 당당한 자세만으로도

얼마만큼의 여유와 평안이 생기는 걸까?


그렇다면 자세 교정을 받아서라도

얼마든지 어깨를 펴고 다녀야겠다.


많은 계획과 목표가 있지만

다 이루지 못해도 괜찮은 건

누구나 가슴속에 저마다의 꽃봉오리를 피워낼

봄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봄은 너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시린 겨울을 견디나 보다.


나의 봄을 너와 함께 봄.

나의 봄은 너와 함께 옴.


이제 진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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