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든 보통의 사람들에게.
천인명차의 고산우롱차
영어로는 TenRen's Tea, High Mountain Oolong Tea
며칠 전에 내가 팔로우하는 인스타의 한 계정에서 봄에 추천하는 차로
"우전", "세작", 그리고 "아리산 우롱"차를 소개했다.
아리산은 대만에 있는 산으로 최고봉은 해발 2,663m라고 한다.
대만의 가장 높은 산은 위산으로 해발 고도가 무려 3,952m라고 한다.
보통 이 두 산맥의 고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발 1,000m 이상)에서 채엽한 차를 고산 우롱차라고 한다.
천인명차를 애정하는 나의 누나가 대만에 다녀오며 선물해 준 고산 우롱차가 생각났다.
특이하게도 티 캔에 설명되어 있기를, 뜨거운 차는 무려 5분에서 10분간 우리며 차가운 차는 25도의 물로 두 시간 우리라고 쓰여있었다. 25도의 물로 우리는 차를 "차가운 차"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렇게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따뜻한 차를 마시며 떠오른 생각들을 적는 시간이 아닌
차가운 차가 우려 지길 기다리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두 시간을 우려도 아직 다 펴지지 않은 잎이 있다.
너무 차갑지도 않고 바로 마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맛은 녹차처럼 깔끔하면서도 녹차 특유의 해조류 향이 없다.
대신 대만 고산우롱차의 특징인 견과류나 분유 같은 밀키 향이 있다.
살짝 꽃향기 같은 화사한 향이 은은하게 난다.
아무래도 차가운 차이다 보니 향은 좀 약한 편이다.
잎의 양이 많고 찬물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끝맛은 살짝 씁쓸하고 텁텁함이 약간 있다.
조수용 님의 [비범한 평범](2025, magazine B)이라는 책이 있다.
매거진 B에 나왔던 브랜드를 정리 한다랄까. 작가님이 느낀 각 브랜드의 철학들을 적어둔 책인데 그 어딜 봐도 평범한 브랜드는 없었다. 자신만의 색깔로 소비자가 아닌 팬을 불러 모으는 브랜드들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삶 속의 특별함은 없다.
삶에서 모든 평범함은 그 자체로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오직 나 자신만이 그와 같은 경험에서 그와 같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경험과 기준 그리고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산다.
누구를 따라서 사는 삶조차 "따라함"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라는 뜻이다.
"비범하다"는 보통 수준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보통"은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뛰어난 것이 비범인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은 우리는 너무도 쉽고 당연하다는 듯이 "남들 다 하는"이라는 개념에 얽매여있다는 것이다. "아가, 왜 남들 다 하는 걸 너만 안 해, " "남들 다 하는 취업, " "남들 다 하는 결혼, " "남들 다 가는 대학." 등등. 너무나 많은 아니, 어쩌면 삶의 절대 기준이 "남들 다 하는"이 아닐까 싶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보통"인 것인가?
그 보통은 누구에게 보통인가? 누구나 힘겹게 취업을 한다. 아주 높은 경쟁률을 뚫어가면서. 누구나 평생의 반려를 쉽게 만나지 못한다. 만났다고 해도 육아, 생활비, 집값 등등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들을 고려하며 쉽게 결혼하지도 못한다. 누구나 결혼했다고 쉽게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다. 누구 한 사람 아프지 않고 가족 중에 우환이 없으며 소득이 안정되고 미래에 걱정이 없으며 모든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자녀와 의사소통이 잘되며 자녀의 성품이나 진로, 외모 등에 대한 걱정이 없고 자신과 배우자 또는 부모님의 노후 은퇴에 대한 대비가 탄탄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사실 우리의 희망사항이고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
그렇다면, 누구나 평범한 게 아니라면 누구든 다 특별한 걸까? 결국 평범은 그 자체로 비범이 아닐까? 마치 무한궤도에 갇힌 기분이다.
보통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길가에 핀 들꽃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듯이 나의 평범한 하루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하루일 수 있다. 평범하고 똑같은 하루였다고 해도 오늘 이 순간만의 특별한 반짝임은 있는 것이니까. 오래 걷고, 많은 인파에 치이고 칭얼대는 아이들에 힘들었던 나의 휴가가, 내 아이들에게는 반짝이는 순간이었듯이 말이다.
아기가 "남들 다 하는" 똥을 누고, 몸을 뒤집고, 잡고 일어서고, 아장아장 걸으며 단어를 끊어서 말을 했을 때에는 "세상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고 천재"같았던 시절을 생각해 본다.
보통의 아이도 내 아이라서 특별하듯이, 보통의 삶도 내 삶이면 특별한 것이다.
그러니 나의 평범한 하루도 소중히 생각하고, 나의 평범한 행동도 누군가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든 보통의 우리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이다.
나와 너의 삶이 같지 않아도 너의 삶마저 내게 소중한 것은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인가 보다.
그러니 나를 더 사랑하자. 나의 보통의 삶이 매일매일 특별하게 반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