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삐약.

그리운 추억과 새로움 그 사이.

by 빅토 Lee

오늘의 티타임 티


쿠스미의 라벨 임페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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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랑스어가 원어라 발음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쿠스미 티는 러시아에서 시작되었으나 프랑스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어제가 많이 추웠기 때문에 오늘은 봄을 느끼기 위해 녹차 블렌딩을 선택했다.


사실 녹차 (진미차, Chun Mee)는 45%밖에 들어가지 않은 허브티에 가까운 녹차이다. 다른 재료로는 시나몬, 카다멈, 오렌지 필, 리코리스가 들어가 있다고 홈페이지에 쓰여있다. 그리고 티 캔에는 산자나무라고도 하는 씨벅톤 열매도 들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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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녹차가 베이스인 만큼 80도로 우린다.

다른 허브가 많아 최대한 골고루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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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멈 특유의 화하면서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난다. 전체적으로 향이 매우 조화롭다. 진저같은 레몬같은 카다멈 향이 치고 나오고 시나몬이 뒤를 받히는 느낌이랄까 계속 맡고 싶은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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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의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고소하고 부드럽다고 알려진 진미녹차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맛도 굉장히 부드럽다. 그리고 달다. 리코리스 때문이라고 하기엔 정말 설탕이라도 들은것 처럼 달다. 마치 스테비아 잎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있다.


마지막 넘김까지 녹차보다는 대용차 느낌이었다

아주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좋았다.




삐약삐약.


지인이 양계농장을 인수했다.

인수절차를 마치고 사육 준비를 거쳐서 일주일정도 전에 초생추를 받았다.

축하도 해주고 내 나름 9년간 오리라는 가금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어제 방문했다.


주소를 받았을 때는 부여라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막상 네비에 찍어보니 80여 km가 나왔다.

요즘 집과 직장, 아이들 학교, 학원 등 반경이 5km도 안 되는 지역에서만 맴돈 것 같아서 드라이브도 할 겸 일부로 국도로 갔더니 거리는 60여 km인데 시간은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스치는 풍경들도 다르게 보이고 처음 가보는 길을 거쳐가기도 했다.


농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희미하게 풍기는 계분냄새가 반가웠다.

지인을 만나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함께 하고 방역복을 입고 소독을 하고 사육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병아리들이 날 미소 짓게 했다. 뭔가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 비슷한 감정도 들었다.


내가 쓰던 것과 같은 브랜드의 니플 급수기, 내가 입던 방역복 브랜드, 내가 신던 장화와 같은 장화 등등

다시 기억이 났다. 나는 농장을 좋아한다.


도시는 멀고, 생활은 조금 불편하고, 어딘가 항상 잔고장이 있고, 쌓여있는 사료들과 기자재들을 넘어 다니고, 고양이와 쥐와 싸우고, 온도와 날씨에 민감하게 마음을 졸이기도 했었지만 그래 나는 농장의 이 공기, 이 느낌을 좋아한다.


아마도 농장은 언제나 내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하는 표현 중에 작물 (가축)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그만큼 농장주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일들이 관심과 시간과 돈과 노력을 많이 부을수록 더 잘 되기는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일은 괜찮은데 농장 같은 일들은 왜 그렇게 내가 열심히 했을까.

아마 대체가 없어서 그랬을까.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거나 내가 안 하면 큰 비용이 들거나.


지인과 함께 축사를 돌아보면서 병아리 상태도 보고 닙플 높이도 맞추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오리와 닭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어서 모르겠는 부분은 모르겠다고 하고, 또 농장을 정리한 지 6년 여가 되다 보니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것은 또 모르겠다고 하다 보니, 이거 내가 제대로 도움은 된 건가 싶기도 했다. 물론 내 경험상 누군가 농장에 와주기만 해도 고맙고 큰 힘이 되기도 했지만, 내 지인도 그렇게 느껴질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낯 선 곳에서 만나는 익숙한 그리움이 너무 좋았다.

그 마음이 표정에서 드러나서였을까 저녁에 아내가 말했다.

"오랜만에 농장에 다녀와서 되게 기분 좋은가 봐?"


지나간 과거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으니 연연하고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지만, 지난 경험은 이렇게 켜켜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때로는 지난 추억이 또 내일을 향해 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후회는 하지 않더라도 그 시절의 그 마음과 생각들을 돌이켜 보며 내게 와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나를 응원해 주던 그 따뜻함이 다시 생각나는 봄이다.


노란 병아리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 농부가 또 다른 초보 농부에게 전하고자 했던 그런 마음이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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