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기.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잘 알기 위한 방법.

by 빅토 Lee

오늘의 티타임 티


블렌티의 로열 멀베리



이름처럼 뽕잎차이다.


한 카페쇼에서 홀린 듯이 사두고 잊고 있다가

오늘 마셔보았다.


뽕잎, 대추분태, 볶은 율무, 감귤 껍질 등이 들어갔다고 한다.


향은 일단 나뭇잎 향이다. 삶은 호박잎 같기도 하고.

맛은 고소하다. 대추와 율무 때문인지 끝맛이 달기도 하다.

아마 이 단맛이 매력적이라 사두었던 것 같다. 패키징도 귀엽고 예쁘기도 하고.


황금빛같이 노란 수색이 예쁘다


공식홈피에도 "#부모님 선물"이라고 태그가 달린 것처럼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에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향이긴 하지만

70도로 5분 우린다는 점, 뒷맛이 달달하다는 점으로

내가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고 좋았다.




나에게 묻기.


지난 주말, 친구 부부와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 기분, 내 감정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애써 덮어두려고 한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 라며 참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겪은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내가 느낀 그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조용한 공간에서 시간을 내어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내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대화를 나누고 나를 더 많이 이해하고 나 자신과 친밀 해지는 거다.

흔히 내게 가까운 사람들, 주변에 당연히 있었던 사람들의 고마움이나 소중함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중함을 느끼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가장 쉽게 잊고 사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 아닐까? 가장 당연하게 생각하고 제일 돌보지 않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가까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더 깊이 알고 나를 더 잘 이해할 때 고난과 역경도 더 잘 이겨낼 수 있다.

내가 자신을 만나야 비로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그 사람들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선의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온전히 사랑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나 자신의 기준과 내면이 바로 서있어야 누가 진짜 나를 위한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아니면 그저 나를 흔들기 위한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모를 때, 결국 그 답은 나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다면 나를 잘 알아야 한다.


가만히,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오늘 아침 공기는 어땠는지,

오늘 날씨를 느끼며 이렇게 입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는지,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출근길에 도로는 어땠는지,

요즘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지?

나는 어떨 때 기분이 좋지?

최근 가장 기뻤던 일은 뭐였지? 왜 그랬지?

그런 행동이 진짜 나 다운게 맞는 건가?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정답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인생은

오로지 나의 의지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오른 생각들이 날아가기 전에 수첩을 꺼내고 하나씩 적는다.

어 근데, 이 펜의 필감은 이렇구나, 글씨가 번지는 걸 보니 종이와 궁합이 안 맞는구나 펜을 바꿀까 수첩을 바꿀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지금 이 펜일까 이 수첩일까.


주변에 들리는 소리를 적는다

저 차는 골목길에서 왜 경적을 울렸을까

저 아이는 왜 저렇게 큰소리를 지르는 걸까

어, 나는 그럼 소리에 민감한 사람인가


오늘 아침밥은 볶음밥인데 스팸이 아니라 오리고기가 들어갔네

오늘 글을 올리는 날인데 무엇을 쓸까

어떤 차를 마셔야 '저 사람 차 좀 마실 줄 아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하나씩 적다 보면 그것들이 이어지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는 생각이 뻗어져 나오기도 한다. 내 고민을 적으려 했는데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면 내가 진짜 마음 깊숙이 신경 쓰던 일은 이게 아니었나? 그 고민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그 수첩을 다시 꺼내어 봤을 때 내 고민의 순간들, 그때는 가슴깊이 와닿아서 수집했던 문장들을 돌아보며 내가 지나온 발걸음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 괴로웠던 그 일도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구나.

그때 그 일로 그렇게 기뻤는데 지금 이렇게 싫어졌구나.

그때 그렇게 고민해서 지금 이렇게 했구나.


그렇게 앓아도 보고, 그렇게 후회도 해 보고

그렇게 잃어도 보고, 그렇게 즐거웠구나


그래, 나 잘 살고 있구나.

그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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