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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덴 시골집 Apr 04. 2022

한 달 전기세만 60만 원이 나왔다

히터 대신 벽난로를 씁니다

 1월 말, 각종 공과금을 내는 날이 돌아왔다. 전기세를 확인하니 12월 전기세만 6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전력난이 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전기세가 많이 나올 줄이야. 작년 이맘때쯤보다 세배는 넘는 전기세였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전기를 더 아껴 쓰기로 했다. 부엌과 스터디룸의 난방은 사람이 집에 있을 때만 하기로. 이렇게 작은 집 전기세도 이렇게 나오는데 주변 이웃들은 대체 전기세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 걸까. 우리 집보다 두배도 더 큰 이웃집들은 12월 내내 집 안, 팎 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휘황찬란하게 집을 밝혔고, 평소에도 집 외관을 밝히는 조명까지 달아 놓고 생활한다. 나만 빼고 부자인가…? 그런 이웃집들을 볼 때면 아직도 의문이 든다.


 난방을 끈 부엌 공기는 차갑기만 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의 온도는 13도. 찬 공기가 옷 사이를 스며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행동거지가 빨라진다. 재빨리 커피를 내려 컵에 따라 곧장 스터디룸으로 피신을 해야 한다. 다행히 스터디룸은 방이 작아 온도를 높이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집에 사람이 없을 테니 이마저도 학교로 갈 때는 난방을 꺼버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저녁, 차가워진 부엌 공기를 데우려 온풍기를 틀었는데 이상하게 부엌이 더 추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의 입구에 손을 데니 찬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껐다 켜기를 여러 번 반복해봐도 여전했다. 온풍기는 냉풍기가 돼기로 결심했는지 찬바람만 매몰차게 내뿜었다. 


 그날부터 거실의 벽난로는 시골집 난방의 주축이 됐다.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손에 검댕이를 묻히며 벽난로에 나무땔감을 넣고 불을 만든다. 매일 저녁, 작정하고 벽난로 앞에 앉아 작은 불씨를 만들고 장작에 불이 잘 붙을 수 있게 후후 입김을 불어넣는 일상. 얇은 나뭇가지들이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불쏘시개로 요리조리 쑤시느라 손이 분주해진다. 적당한 타이밍에 얇은 나뭇가지들을 넣어야 하고, 입김을 잘 놀려야 작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타닥타닥 소리 내며 빨리 타버리는 작은 불씨가, 울렁울렁 춤을 추는 벽난로 안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될 때까지, 응원하는 마음과 관람하는 자세로 정신을 집중한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상태, 명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싶었다. 오직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

집안의 유일한 난방 시스템인 벽난로는 시골집의 핫스팟이 되었다. 벽난로 앞에 앉아 우드 카빙을 하기도 책을 읽기도 한다.


 어차피 전기세도 많이 나왔는데, 부엌 온풍기가 고장 난 게 차라리 좋은걸 지도 모른 거라고, 위안해보기도 한다. 밥을 먹을 때면 으슬으슬 추워져 어깨가 으쓱 올라가긴 하지만 말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에 써놓았던 글, 2월이 되어 부엌의 온풍기를 수리했고 수리비로 30만 원을 지불했다. 수리기사님은 다음에 또 고장 나면 그냥 버리고 한대 새로 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차라리 새 히터를 살걸 그랬어..  땔감은 다 떨어져 가고, 전기세는 줄고 있으나, 아직도 추위에 목이 짧아지는 일이 잦다. 어느덧 4월, 스웨덴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오늘 낮 최고 온도는 영상 5도. 봄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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