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란 냉정해
네모반듯한 책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교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손놀림들. 이윽고 타종소리가 들리면 책과 소지품을 정리한 뒤 정면을 마주한다. 눈앞을 가득 메우는 시험 응시자들. 이 중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나는 과연 전자일 것인가 후자일 것인가. 길었던 고시생활의 마지막 성적표는 어느 길을 가리키고 있을 것인가. 감독관이 나눠주는 시험지에 잡생각은 이내 지워진다. 시작이다.
1차 시험을 보면서 간절히 바랐던 것이 있었다. 올해 생일은 시험장에서 보내게 해 달라고. 하루 종일 교실에만 갇혀 있어도 좋으니 제발, 제발 시험장에서 생일을 맞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랬다. 중등 임용 2차 시험일은 내 생일날이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그날이 염원하던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는 날로 남길 바랐다. 결과를 기다리며 2차 준비를 계속했다.
1차 발표날. 이른 시간부터 임용시험 합격자 조회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수험생들이 떨리는 마음을 안고 검색을 하고 있는 걸까. 모두 같은 마음일진대 결과는 같을 수 없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험번호를 넣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회 버튼을 클릭.
아... 통과다. 바라던 대로 생일을 시험장에서 보낼 수 있겠구나.. 처음이었다. 4수 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1차 합격 통지였다. 매번 커트라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 통과하고 나니 길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2차는 일주일 뒤 논술형. 객관식이었던 1차에 비해 부담이 덜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최고의 생일을 맞이하러 시험장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