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비 Jan 25. 2021

어서 와, 고양이는 처음이지?

우연이 필연이 되다




꼬물꼬물꼬물


우연히 본 지인의 SNS 피드에선 작디작은 생명체가 꼬물대고 있었다. ‘뭐지? 이 오레오같이 생긴 애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액정화면이었지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그리고 그 끌림에 짧은 댓글을 남겼다. ‘언니 너무 귀여워요.’ 내 인생의 첫 고양이, 오레오와의 묘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는 인식이 많이 나아져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지만, 20년, 30년 전만 해도 집 안에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상상불가였다. 덕분에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으나 정작 아는 것은 하나도 없던 터.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 멍 때리고 있던 초보 예비집사에게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이동장, 사기로 된 밥그릇과 물그릇, 장난감, 캣타워, 고양이화장실과 모래, 사료…

집사 경험이 있던 지인 몇 명을 통해 필수라는 용품만 몇 개 샀을 뿐인데 이건 무슨 일일까. 이러다 고양이 집에 사람이 얹혀살겠구나 싶을 즈음 약속한 입양일이 다가왔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그저 상술일 뿐이라 여기던 날이 ‘의미’를 갖게 된 순간이었다.          


   


카센터 창고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 왜인지 생경했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낳은 건지 모르겠다는 어미묘와 바글바글 모여 배를 채우기 바쁜 새끼묘들. 고물고물 모여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이제 이 풍경이 나의 '일상'이 된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어떤 아이로 데려갈래요?”     


유리문에 붙어 넋 놓고 바라보던 내게, 카센터 사장님은 원하는 아이를 얘기해보라 했지만 실상 그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배불리 먹고 난 아이들은 제각기 창고에 가득 쌓인 타이어와 장비 사이를 뛰어다니느라 보이지도 않았다. 딱 한 아이만 제외하곤.     



유독 어미 곁을 떠날 줄 모르던 아이. 형제들이 다 같이 뒤엉켜 놀고 있을 때에도 엄마 품에만 파고들던 아이. 이미 다른 아이들은 사람의 손이 닿을 수도 없는 곳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인생에 있어 고양이를 처음 만나던 그때를 떠올리며, 에세이툰을 연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는 처음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