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기를 좋아했다.
올라갈 곳이 보이면 줄줄이 올라가
양팔을 벌리고 종종 걸었다.
우리 마을에는 소각장이 있었다.
소각장은 돌로 담을 쌓은,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올라가서 균형 잡고 걷기가 좋은 모양.
몇 바퀴나 떨어지지 않고 돌 수 있나 그런 걸 세는 재미가 있었다.
최대한 빨리 걷기, 아주 느리게 걷기도 꼭 들어가는 코스였다.
우리는 풀피리를 불면서 소각장 위를 빙빙 돌기도 했는데, 아무런 기술이 없어도, 입에 물고 불기만 하면 저절로 소리가 나는 넓적한 피리풀이 주변에 많았다.
(추석에 친정에 가면 그 피리풀을 찾아서 진짜 이름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가 재밌나 싶겠지만
그때 우리는 정말, 그 돌 울타리 위에 올라가 빙빙 계속 균형 잡고 걷는 게 아주 재밌었다.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하늘빛이 어떻게 바뀌는지,
별 거 아닌 얘기가 별 거라서, 오래오래 눈이 빛났다
놀이의 끝은 비슷비슷하다.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몽실몽실 하늘에 풀어지면
곧 맛있는 냄새로 집들이 복작이다가
여기저기 ‘밥 먹어라’ 하며 이름이 불리는 마침.
얼마나 안정감 있는 모험이었나.
지금, 별 거는 왜 별 거가 아니게 되었나.
균형 잡기가 가뿐하고 쉬웠던 그때가, 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