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한 날, 큰방에서 빛을 만들었지.
안방, 움방, 사랑방, 작은방, 큰방
ㄱ자 한옥집 방방마다 개성 없는 이름이 붙었다.
큰방은 제일 끝에 붙은 방이었는데
겨울이면 동네 어른들이 모여 화투며 윷놀이를 하는, 창이 작고 어두운, 낮에도 전등을 켜는 방이었다.
빛을 부르기 알맞았지.
동네 오빠가 알려준 야광 만들기.
빈 황도캔을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성냥갑의 자주색 화약 부분을 작게 잘라 올린다.
깡통 위에 올린 그 종이를 태운다.
타고 남은 재를 버린다.
깡통에 그을음 자국이 남는다.
손가락으로 그 자국을 문지른다.
손가락에 야광이 묻는다:
마찰로 발화층 속 화학물질이 반응해서 그렇다는데, 그것보다도, 타고 남은 검은 그을음을 손가락에 묻히면 어두움이 빛으로 바뀐다는 게, 우리가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비밀스럽고 대단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또 하나, 번개 만들기.
유난히 매끄럽고, 아래쪽에 보풀이 많이 일어난 연분홍 이불이 있었다.
귀한 비단이불 대신 막 쓰는 이불이었는데, 폴리와 아크릴이 섞인 이불이었던 것 같다.
저녁이 들어 큰방이 더 어두워지면 그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눕는다.
팔과 다리를 위로 올려 이불을 텐트처럼 만든다.
그리고 이불에 손과 발을 마구 문지른다.
그러면 어둠 속에서 파바밧, 연둣빛이 번쩍인다.
그래, 정전기 번개.
한 번 세게 터지고 나면 그날은 아무리 문질러도 처음만 못했기에 아끼고 아껴두었다 한번에 팟,
번개라고, 불꽃놀이라고, 초능력이라고,
가만히 큰방에서, 모험하듯 신비로웠다.
라이터돌로 반짝이 가루도 만들고
촛불을 누가 더 천천히 만지나 내기도 하도
촛농을 뭉쳐서 하트와 별을 만들던,
위험한 불장난을 차분히 일상처럼 하던 그때의 우리 동네가, 춥고 건조한 계절이면 생각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