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작, ...

by 고야씨

겨울 준비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땔감이었다.

‘나무하러 간다’는 말이 퍽 익숙했다.

장작을 패는 아빠의 모습처럼.

아, 그때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


뒷마당 가득 나무냄새가 퍼진다.

한쪽 벽에 차곡차곡 쌓이는 장작개비가 든든했다.


부엌엔 솔가지 상자를 두었다.

솔가지는 송진이 묻은 가지를 크레용처럼 작게 쪼개둔 것,

불을 쉽게 붙일 수 있게 해 준다.


불을 피울 때,

아궁이 안 양쪽 가에 장작을 놓는다.

그 위에 대각선으로 장작을 걸쳐 올리고

아래 빈 공간에 이 솔가지를 넣는 거다.

불 붙인 종이에 솔가지를 살짝 올리고

활활 불이 잘 붙도록 바람을 일으킨다.

우리집은 풀무 대신 종이상자를 찢어서 썼다.


아궁이가 있어 좋은 점은 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감자나 옥수수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것,

밖에서 놀다 추우면 따뜻한 굴뚝에 앉아 연통에 손을 녹일 수 있다는 것,

연기가 피어날 때 노을이 더 예뻐 보인다는 것,

비밀일기를 언제든 태워버릴 수 있다는 것.


비밀을 태운 건 나뿐만이 아닐 거야.


아궁이가 없는 요즘은 파쇄기에 갈아야 하는 비밀.

범죄의 경우엔 비밀이 다시 맞춰져서 참 다행이지만

속마음이 쏟아진 경우라면 아궁이만 한 인멸이 없다.

누가 볼 일도 없는데, 파쇄된 비밀을 버릴 땐 개운하지 못했다.


올여름 소각시설 견학을 갔다.

유리창 너머로 쓰레기차가 쏟아낸 봉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거북목 기사님이 고개를 숙 앞으로 빼고 쓰레기장에 연결된 집게손을 조종했다.

집게손에 잡혀 던져지고 으깨지는 비밀들.


다른 방, 모니터 속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소각장에서 너무 뜨거워 냄새마저 사라진 비밀들.

어쩌다 남은 재들은 단단히 봉해져 인천에 묻힌다.


매립이 종료된 쓰레기산에 올라갔다.

금계국이 가득했다.

그중 한 송이는 내 비밀일지도 모르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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