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골마을에 이국적인 장소가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교회였다.
커다란 종, 십자가, 최후의 만찬 액자, 포도가 조각된 탁자, 성가대복, 기다란 나무의자, 피아노, 나무바닥, 온풍기...
12월의 교회는 특히나 이국적이었다.
기름을 넣은 온풍기 냄새가 후끈하게 예배당을 채우면, 윤기 나는 나무바닥에서 방석 썰매를 탄면서 트리 장식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커다란 트리에 반짝이는 장식을 걸면서, 어떤 게 제일 예쁜지,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뭘 가질 건지 친구들과 정해보았다. 물론 맨 위에 황금별은 빼고.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마저 행복했다. 사모님이 반짝이줄은 한 줄씩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반짝이줄을 목도리처럼 두르거나 꼬리처럼 끼웠다. 빙빙 돌 때 덩달아 반짝이는 우리들, 설레고 행복한 12월의 마음.
8월과 12월에 교회 오는 아이들이 잠시 늘어났던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국적인 동화가 거기에만 있으니 자석에 끌러가듯 달라붙을 수밖에.
캐럴도, 율동도, 연극도 배웠다.
내 동생이 태어난 해의 크리스마스엔 아기 예수님 역할을 내 동생이 했다.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나는 절대 아기 예수님을 할 수가 없잖아. 내 몸은 더 커질 뿐이지 작아지진 않을 테니.
나는 동방박사였다. 별을 보고 마구간으로 간 세 명의 동방박사를 내 친구들과 함께, 그러니까 우리 삼총사가 했는데, 나는 몰약을 가져온 동방박사였다.
무대로 나가기 전에 콩콩 심장이 뛰고 손에서 땀이 났다. 커튼 뒤에 있던, 내가 좋아하던 j오빠가 싱긋 웃어주었는데 그게 그만 너무 좋아서 오버를 했다.
“이것은 소주, 어머, 실! 수! 몰약입니다.”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이 깔깔 웃어댔다.
j오빠는 당황한 듯하다가 사람들 분위기를 보곤 나에게 잘했다고 했다.
j오빠가 좋아해서 내가 뿌듯하던 것도 그때 12월의 내 마음.
그때 우리 마을에서 제일 설레던 12월의 교회, 상큼한 귤처럼 터지는 마음, 온풍기 바람에 빨개지던 씩씩한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