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억은, 도시에서 자란 내 또래의 추억과 한참 어긋난다. 남편은 나보다 여섯 살이 많은데도,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들으면, 이모나 삼촌 이야기 듣는 기분이라고 한다.
여름방학 숙제로 농약병 주워오기,
겨울에 교실에는 나무난로, 그 위엔 도시락, 난로 옆자리 앉은 애는 도시락 위 아래 바꾸어주는 당번,
자다가 오줌 쌌다고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 얻으러 옆집 할머니께 갔던 일, 상냥하던 그 할머니가 나에게 왕소금을 너무나도 매몰차게 팍팍 뿌려대던 일,
아궁이에 불 피우기,
가마솥뚜껑에 양말 말리기,
이모가 슬리퍼를 양손에 쥐고, 꽃에 앉은 벌을 탁 기절시켜 꿀을 빼주던 일,
옥수수수염과 민들레 줄기로 인형 만들기...
나 역시 남편의 추억을 들을 때 기분이 묘해지곤 한다. 얼마 전엔 옛날맛 떡볶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편에겐 밀떡이 옛날맛이고 나에겐 쌀떡이 옛날맛이었다. 남편은 어릴 때 동전을 가져가서 문구점 앞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고 했다. 그때는 다 쫄깃한 밀떡이었다고, 떡볶이는 역시 밀떡이라고.
우리 동네엔 그런 가게도, 노점도 없었다. 나에게 옛날맛 떡볶이는, 방앗간에서 뽑아온 떡으로 엄마가 만들어주던 말랑하고 쫀득한 쌀떡 떡볶이였다. 그러니 떡볶이는 역시 쌀떡인 거지.
언제부터 우리는 옛날맛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의 옛날맛은 대부분 엄마에게 있고, 동그랑땡과 순대가 이모할머니, 석쇠구이는 외할아버지, 장떡과 바짝 구운 생선은 외할머니, 군옥수수와 구운 잦은 아빠, 올챙이국수는 옆집 할머니, 찔렁과 시금치는 외삼촌에게 있다. 옛말맛엔 그 시절 누군가가 들어있는 것이다.
요즘 두바이 쫀득 쿠키, 두쫀쿠가 유행이란다.
나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제 동네 디저트 맛집 오픈시간에 맞춰서 두쫀쿠를 사러 갔다. 중학생인 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 발랄하게 걸어갔다. 한 사람이 두 개까지 살 수 있었다. 두 개를 사서, 두쫀쿠 하나는 가위로 나눠 우리 세 식구 같이 맛을 보았다. 잘게 바삭이는 소리와 식감이 고소하게 흩어졌다. 남은 하나는 아이 혼자 먹으라고 했는데, 이 작은 음식 하나로 집안이 아기자기하고 다정해졌다.
옛날맛, 새로운 맛...
아이에겐 옛날맛이 될 새로운 맛,
추억의 맛, 처음인 맛, 처음이 추억일 맛...
내일은 부모님 몫의 두쫀쿠를 사야겠다 싶었다. 그 얘길 했더니 아이가, 그럼 자기도 같이 가서 줄을 서주겠다고 했다. 1인당 2개니까 자기가 가면 네 개를 살 수 있다고, 할머니랑 할아버지 드리는 건 인정이지, 라면서.
오늘 아침 일찍 아이와 두쫀쿠를 사러 갔다. 5분 일찍 도착했고 우리 앞엔 두 사람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도 누군가를 위해 줄을 섰을 것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혹시 두쫀쿠 알아? 하고, 이게 요즘 유행인데, 하면서 설명을 하려 했는데,
“그거 티비에 나오더라, 안 그래도 아빠랑 엄마도 궁금했는데 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엄마가 말했다.
아, 줄 서길 잘했네.
두쫀쿠를 사서 우체국으로 갔다. 내가 포장하는 게 시원치 않았는지 아이가 다시 야무지게 두쫀쿠를 포장해 상자에 넣었다. 택배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얼어붙어 미끄러운 인도를, 아이와 썰매 타듯 어정쩡하게 걸었다. 시답지도 않은 농담이 절로 나왔다.
새로운 맛, 처음인 맛, 처음이 추억일 맛...
작은 기쁨이 양볼에 볼록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