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만물트럭, 정을 싣고 달리다

by 햇살아래

보편적인 삶의 흐름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을 동경한다. 왜냐하면 보편적 삶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그것을 발견할 줄 아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삶에서 중시하는 것은 행복을 발견하고 포착하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일이다. 즉, 물질적 가치를 좇는 일이다. 다만, 물질적 가치만 좇다 보면 정작 행복을 포착하며 살아갈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 이러한 능력은 외면받기 십상이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들은 돈보다 더욱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직접 느끼며 살아가기에 바라보는 이에게 깊은 감명을 불러일으킨다.


유튜브를 통해 '만물트럭'을 타고 전국 팔도를 떠돌며 장사를 하는 조상하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만물트럭은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만물상이다.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을 차에 싣고 다니며 전국을 떠돈다. 하지만 만물트럭은 요즘 같은 시대와는 맞지 않다. 가까운 마트에만 가도 온갖 물건이 있는 세상에서 만물트럭은 가치가 떨어진다. 또 구태여 만물트럭을 찾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만물트럭에는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사람과의 '정'이다.


생계만을 위함이었다면 그는 이미 만물트럭을 접어야 했다. 트럭 2층을 개조해 마련한 1평짜리 단칸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최소 20일 이상 전국을 떠돌지만, 그의 주 고객층은 시골 마을의 어르신들이다. 아끼고 또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밴 어르신들이 쉽게 지갑을 열리 만무하다. 게다가 다이소만큼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에 마진도 그리 좋지 않다. 또한 칼을 갈아주거나 냄비 손잡이를 교환해 주고, 때로는 공짜로 물건을 퍼주기도 하기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가 이 일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결국 사람과의 유대감 때문 아닌가 싶다.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고 하지만, 시골 오지 마을은 시내에 나가기도 어렵기에 만물트럭은 오지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안성맞춤 가게다. 조상하씨 특유의 입담과 넉살 덕에 유대감은 지속되고 그를 기다리는 단골 고객들이 존재한다. 물론, 주 타깃층이 어르신들이라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수요가 줄어들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유대감도 끊어지지만, 단지 생계만을 위한 일이 아닌 그 같은 일을 해 나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사를 오면 떡을 돌리는 풍습이 존재했다지만, 요즘은 그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타인과 교류하며 정을 쌓기보단, 타인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 간 '정'을 자주 생각해 보곤 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할수록 편리함은 늘어나고 풍요로워지지만, 어쩐지 사람과 사람 간, 유대감은 희미해지거나 사라져 간다. 그때마다 어떤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나는 한 가지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집주인 아저씨와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는 70대로 현업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임대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 세상 느긋하고 정이 많다고 느꼈다. 그는 소위 '갓'이라 불리는 건물주지만, 그간 가졌던 건물주에 대한 이미지와는 무척 다른 인물이다. 그 주위에는 형 동생 하며 집수리를 도와주는 이들이 많다고 느꼈는데, 아마도 술 좋아하며 정 많고 베푸는 성격 탓에 절로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나 또한 단순한 세입자에 불과했지만, 한번 쌓은 유대감이 깊어지면 단순 세입자와 집주인 관계를 넘어 또 다른 관계 맺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관계 맺음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하씨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2대 만물트럭 장수다. 아버지 시대라면 고객층은 단지 어르신에 국한되지 않았겠지만, 그가 만물트럭을 이어받았을 때에는 이미 세상이 변한 뒤였다. 차에서 숙식마저 해결하며 전국을 누비는 삶은 고충이 더 많을 테지만, 자신만의 길을 걷는 그의 모습은 깊은 감명을 남겼다.


내가 꿈꾸는 삶은 보편적인 삶의 흐름보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일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직장에서 얻은 지위나 평판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직장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만일 직장을 벗어난다면 그 같은 것들은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때문에 나는 직장 밖에서도 이어 나갈 수 있는 나만의 명함을 갖고 싶다. 물론, 그 길은 꿈에 머물지도 모르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다고 여긴다.


청춘 만물트럭에는 여전한 낭만이 있다. 그 지속성을 바라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가 쌓아온 정과 유대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때 삶의 벅참과 즐거움도 커지지 않을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동경한다. 그들에게 배우는 것은 언제나 경제적 가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아마도 그것이 삶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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