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단상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과 창의력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책이나 기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질문’에 있으며, 인간은 질문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이 시키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는 인간만의 영역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이 주장에 반감을 가져왔다. 과연 질문하는 능력과 창의성을 가졌다고 해서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이 말은 마치 정답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정말 질문하는 능력과 창의성만으로 충분할까.
먼저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흔히 창의력이라고 하면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 완전한 무에서 유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창의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응용하는 데 가깝다.
나는 기계설계자다. 매번 다른 장비를 설계하지만, 그 과정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메커니즘을 조합하고 변형하는 일에 가깝다. 창의성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은 사전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쌓인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어떤 분야의 숙련자가 아니라면 창의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창의성 이전에 먼저 지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질문은 아무 데서나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도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충분한 이해 없이 던지는 질문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막연한 요청에 가깝다. 더구나 질문하는 능력이 AI 활용 능력과 결합되었을 때, 전문 지식이 없다면 AI가 내놓는 그럴듯한 답변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그 경우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가 아니라, 답변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비판적 사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시대의 해법으로 너무나 손쉽게 창의력과 질문하는 능력만을 앞세우는 것은 무척이나 안일한 접근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논리는 AI와의 경쟁이라는 관점에만 머물러 있다. 인간의 가장 큰 능력은 경쟁에서 이기는 데만 있지 않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또한 인간만이 지닌 중요한 가치다. 창의성과 질문하는 능력이 인공지능과의 비교 속에서만 의미를 갖게 된다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게다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해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든 직업이 AI와 경쟁하거나 협력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다. 이는 곧 ‘먹고사니즘’과 직결된 문제다. 제아무리 창의성이 있고 질문하는 능력이 있다 해도, 그것을 발휘할 무대가 없다면 무의미해진다. 인공지능으로부터 위협받는 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했을 때, 과연 창의성과 질문하는 능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 역시 자본가에게 유리한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는 과연 준비되어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과 질문하는 능력만을 강조하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질문하는 힘조차 전문 지식과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요구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는 어떻게 길러질까.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기만 한다면 비판적 사고는 자라날 수 없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생각하고, 의심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인문학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도 결국 비판적 사고의 토대가 인문학적 사고에서 출발하기 때문 아닐까.
그럼에도 인공지능 시대에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눈앞에 있는 만큼 새로운 법과 제도,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도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쪽은 결국 자본가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결국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또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무책임하다. 세상은 급변해가고 있지만 사회는 과연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질문하는 능력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 연대, 따뜻함이라는 인간 본성이 아닐까 싶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극복해나가기 위한 열띤 대화와 노력,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다.
기술은 우리를 윤택하게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결코 우리를 유토피아로 이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