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돌멩이 하나

by 고요한동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쓴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즐겁게 하고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리고 이 길에 내가 서 있을 자격이 있는 건지도요.

브런치에 와있으면서도 언제나 작가라는 이름이 어색했습니다. 내가 쓰는 글이 언제나 밑바닥에서 허우적 되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그저 연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책을 낼 수 있을 만큼 글을 잘 쓸 자신도, 참신한 소재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자신도 없는데 왜 나는 쓰고 있는 걸까요.

아이들을 재우고 새벽을 지새우며 글을 써보아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후유증으로 남은 피로를 안고 회사로 가 눈을 비비며 겨우 버텨 퇴근을 하지만 집에 오면 다시 육아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상황에 몸이 지쳐 어떤 날은 손바닥을 눈두덩이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머물고만 있었습니다.

시간은 가속도가 붙은 듯 빠르게 흐르는데 나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점점 작아져 길가에 구르는 돌덩이 같기만 했어요. 얼굴을 비벼보아도 두 팔을 들어 기지개를 펴보아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글이 쓰기 싫어졌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컴퓨터를 꺼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갈지도 몰라. 나를 꼬깃꼬깃 작게 접어 상자에 집어넣어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마음이 가난해지는지, 마음이 가난해서 몸이 아파지는지. 이럴 때는 무엇이 먼저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내 마음을 내버려 두자. 그냥 그대로 두자.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고 '연재일이니 글을 발행하라'는 브런치의 알람을 무시하고 글감을 찾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는 행위를 멈추었습니다. 왠지 무책임한 것 같았지만, '내 글을 누가 기다린다고'라는 생각에 상자에 넣어둔 나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습니다.


한참을 두었더니 조금 심심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상자를 열고 삐죽 고개를 내밀었어요.

마침 회사에서 사내 구호를 만들겠다 길래 SUNO앱을 다운로드하여 회사 로고송을 만들었어요.

은근히 재미있어서 몇 개를 만들어 회사 모닝송으로 틀었습니다. 직원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모닝송에 힘을 내어주었어요. 그것이 작은 기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바보 멍청이 어쩔티비"를 주고받는 아들놈들의 말을 넣으니 거기에 걸맞은 노래도 뚝딱 만들어 주었어요. 흥미로운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핸드폰으로 가사를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SUNO에 넣었어요. 스타일을 적어보았고요.

그러니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쁘지 않다. 그래요.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나쁠 수 있겠지만요.

어쩌면 나는 내 실력보다 더 실력 있는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서 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길가에 떨어진 흔하디 흔한 돌멩이니까, 돌멩이로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합니다.

분명한 것은 글을 어떻게든 써서 발행을 하고 나면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같으니까요.


남들이 달려간다고 쫓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모르니 내 실력대로 꾸준히만 하자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그래도 끄적끄적 쓸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습니다.

나는 길가에 흔하디 흔한 돌멩이 하나입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돌멩이가 어때서요?


새롭게 생긴 장난감 SUNO에 가사 넣으니 만들어준 노래예요.

같이 들으실래요?


https://suno.com/s/iCU0NMYl4rpb8i5o



길가에 돌멩이 하나

내게 말을 걸었지


거센 바람, 잔잔한 바람이

자신을 감싸고 지나가며

모서리가 깎였다고


동글동글

모양이 예쁘지 않냐고

내게 말을 걸었지


봄비가 보슬보슬

여름 소나기가 주룩주룩

억만 번 자신을 때렸다고

그래도 부서지지 않고


동글동글

굴러다니고 있다고

길가에 돌멩이 하나

내게 말을 걸었지



한때는 거대한 바위였다고

거친 품새가 멋들어졌다고

돌멩이는 동글동글 구르며

내게 말했어


동글동글, 동글동글

시간이 나를 깎아

동글동글, 동글동글

여기까지 왔다고


억겁의 시간으로

반짝이는 보석이 되었구나



동글동글

미소 짓는

길가에 작은 돌멩이 하나



오늘도 나는 동글동글 굴러가 보기로 했습니다.

동글동글해진 돌멩이로, 하루를 적당히 굴러보기로요.


동글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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