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문자

by 고요한동산
김○○님의 모친 ○○○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가시는 길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빌어주시길 바랍니다.


부고문자가 왔다. 이름을 여러 번 확인하고 아는 사람이 맞는지 카톡 프로필을 열어보았다. 내게 요가를 배우던 회원이었다. 서로의 삶을 깊이 알지 못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나누던 사이였다. 그녀의 땀과 숨소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7년의 공백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3일이 지났다. 발인이 끝났으니 이제 그녀는 세상에 안녕을 고했을까.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허우적댔다.


얼마 전 부고 문자를 위장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알림을 받았다. 부고 문자를 캡처해 AI 창에 붙여놓고 물었다.

"보이스피싱이야?"

AI는 '100% 보이스피싱이니 절대 열어보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차가운 기계의 단정에 보이스피싱이라고 확신하고 싶었다. 애꿎은 그녀의 카톡 프로필만 반복해 열어보았다.


"별일 없는 거지?"

"잘 지내지?"

"건강하지?"

"부모님은 안녕하시고?"

무심코 던지던 인사말을 곱씹어보았다. 돌아오는 무탈하다는 답변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부고를 의심하기로 했다.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드는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았다며 큰소리치고 싶었다. 부고라는 절망스러운 단어가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믿어야 할 것과 의심해야 할 것이 뒤섞인 세상에서 지금은 의심 쪽을 택하고 싶었다. 통화 버튼 하나면 되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휴대폰을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백 프로 보이스피싱이라는 AI의 답을 믿고 싶어, 나는 반복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무심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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