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인정 욕구에 대하여
인간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자기애(우월감)와 열등감이다.
태어나서 세상의 유일한 존재인 자신에게 무한 애정을 느끼다가도, 곁에 선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자기애가 강한데 본인의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열등감을 느낄 것이고, 반대로 자기애가 약한데 실력이 우수하면 점점 우월감을 갖게 된다.
‘뜨고 나니 변했다’는 얘기가 영 없는 얘기는 아니다.
보통은 자기에게 없는 것, 즉 결핍된 것으로부터 열등감을 느끼고, 누군가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시기심이 든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시기 질투만 하고 살고, 또 다른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서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바꾸기도 하니, 결핍이나 열등감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기를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면, 목표 달성에 한 층 가까워 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나쁜 것은 자신의 변화된 상황이나 지위에 따라 타인을 무시하려는 태도다. 결핍된 것이 채워졌을 때, 누군가는 더욱 겸손해진다. 자신이 들인 노력과 운에 스스로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결핍으로 열등감을 느꼈던 그 시절을 지우기에만 급급하다. 그래서 예전의 자기 모습이 보이는 타인들을 무시하고 배척한다.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이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 시키기 위하여 과장된 태도로 자기 자신을 올려 세운다. 입만 열면 자기 자랑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이 정말로 채워지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는가? 오히려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억지로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강요하는 꼴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가.
수많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랑이 넘쳐나고 있다. 바야흐로 허영의 시대다. 그렇다고 자기 PR이 잘못된 것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자랑이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주 어린아이들마저도 셀카를 찍으면 반드시 보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비싼 밥을 먹으면 그것을 꼭 사진으로 찍어 올려야 한단다. 또한 단기 어학연수라는 명목 하에 잠시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양 멀쩡한 한국어를 놔두고 영단어를 섞어 쓰기 바쁘다. 일 년에 책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꼭 책을 사진 찍어 올리며 재미가 있네 없네 한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년생들이 사원증을 찍어 올리며 10년 차나 된 것처럼 알은체를 한다.
나는 이런 ‘사실과는 다른 것’을 포장해 올리는 허영의 시장이 싫다. 자랑은 곧 결핍이다. 소셜 미디어에 찍어 올리는 거짓된 자랑거리들이 사실은 자신의 최약점이라는 것을 자신만 빼고는 다 안다. 그때 그 시절, 결핍되어 열등감을 불러왔던 모든 것들이 철을 지나 ‘허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때 채워지지 않았던 인정 욕구가 철 지난 사춘기처럼 볼썽사납게 지금에서야 얼굴을 들이민다.
자신이 과장되게 자랑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그 점이 약점임을 알아채고, 약점부터 채우고, 쌓아 올려야 한다. 정말로 아프고 약한 부분은 겉만 속인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상처가 나아 아물었을 때, 바로 그때가 자랑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