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inor와 E minor의 향연
"Blue"print
소설가,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발레리나, 안무가.
나는 종합예술인을 꿈꾼다.
내 인생에 있어서 하루를 마치고, 어슴푸레한 새벽녘,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클래식을 듣는 것, 그리고 공상에 빠지는 것이 하나의 큰 기쁨이요, 내 영감의 원천이다.
선곡은 대중없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우울한 클래식이어야 한다.
음악 어플의 검색창에서 A minor, 혹은 E minor. 그것도 아니라면 D minor를 쳐서 항상 새로운 곡을 찾아 듣는다.
그렇게 듣다보니 어느정도 선호하는 작곡가 군을 갖게 되었다:
슈만, 포레, 라흐마니노프, 풀랑크(폴랑), 스크리아빈,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쇼팽, 그리그, 브람스, 드보르자크, 프랑크. 그리고 바흐와 모차르트와 베토벤까지.
멜랑콜리, 아티스트라면 갖추어야 할 우울질
왜 하필 청승맞게 우울한 클래식을 듣느냐고 반문할 독자분들께 심심한 한 마디를 던진다.
예로부터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대로부터- 멜랑콜리는 천재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체액중 흑담즙의 비중이 높아 음울하며 무기력하고 움직임이 느린 인간 타입이 있는데, 이러한 인간 그룹을 총칭하는 단어가 멜랑콜리아였다.
우울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르네상스때부터 각광받기 시작한다.
우울한 성격은 깊이 사색하고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예술성이 극대화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서 내가 우울한 클래식을 즐겨 듣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만약 우울질이 예술성과 천재성을 극대화 시켜 준다면,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깊은 사색의 공간으로 빠지고, 그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만약 내가 천재가 아니라면, 천재로 만들면 된다.
인위적으로 우울을 즐기는 것. 그로부터 어쩌다 얻어걸리는 기막힌 영감을 얻는 것.
그것이 내 우울한 클래식의 목표다.
우울한 클래식을 들으며 천재가 되어보자는 것.
우리 삶 어디에든 써먹을 수 있는 영감을 불러 일으킬 그 우울한 클래식을 말이다.
우울한 클래식에 부쳐
나는 이 매거진을 통해 전문 지식을 전달하려는게 아니다.
음악을 듣고 느낌 감정을 재해석하고 그것을 글이라는 수단으로 타인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클래식을 들은 후의 감상을 수필이나 짧은 단편으로 재구성하여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감정적 재해석을 하는 것. (그리고 클래식을 듣고 떠오른 영화나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한다.)
그것이 이 매거진의 골자다.
나의 우울한 클래식 컬렉션.
이제 그에 대한 기록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