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위의 아바타와 '스위티'의 헐떡임

디즈니 animal kingdom으로 go!. go!.

by 고요정


휠체어 위의 아바타와 '스위티'의 헐떡임

사업 실패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보스톤의 찬 공기를 뒤로한 채 도착한 올랜도. 그곳의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지만, 내 마음은 휠체어 바퀴처럼 무겁기만 했다. 그해 여름, 보스톤에서 내려오신 시어머니는 나의 '움직이는 미션'이었다.

디즈니 월드 요리사로 일하던 며느리 덕에 어머니는 '아바타'라는 신세계를 마주하셨다. 문제는 내 체구였다. 골반까지 성치 않았던 깡마른 내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미국 시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광활한 디즈니를 누비는 일은 그야말로 '인간 승리'였다.

"스위티(Sweetie), 괜찮니?"

어머니는 고운 음성으로 연신 나를 부르셨다. 그 다정한 부름에 나는 차마 "어머니, 너무 무거워요!"라고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라이언 킹' 공연장 앞을 지날 때, 심장이 요동쳤지만 꾹 참았다. 오늘은 사자왕 심바 대신 판도라 행성의 파란 아바타를 보러 가는 길이니까.

휠체어를 밀며 가파른 경사로를 오를 때였다. 내 폐가 터질 듯 헐떡이는 소리와 어머니의 고운 목소리 사이로 묘한 화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부웅— 붕!"

천둥소리인가 싶어 하늘을 보았지만, 소리의 진원지는 어머니의 휠체어 시트였다. 당황한 내 눈빛을 읽으셨는지,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스위티, 뱃속에 가스를 가둬두는 것보다 밖으로 내보내는 게 훨씬 스마트(Smart) 한 거란다."

그날 어머니는 디즈니에서 가장 '스마트한' 분이셨다. 남편은 평소 그런 어머니를 "우리 집 가스 공장"이라며 놀려댔지만, 그날 휠체어를 밀던 나에게 그 소리는 마치 "며느리야, 힘내라!"라고 응원하는 빵빵거리는 경적처럼 들렸다.

판도라의 신비로운 숲보다 더 강렬했던 건, 내 등을 적시던 땀방울과 휠체어 너머로 들려오던 어머니의 스마트한 방귀 소리, 그리고 나를 불러주던 그 다정한 "스위티"라는 음성이었다. 이제는 다시 밀어드릴 수 없는 휠체어지만, 여전히 올랜도의 여름바람이 불면 어머니의 그 '시원한' 가르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