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K-아줌마의 '갓생' 투쟁기

하나님, 귀마개 필요하세요?

by 고요정

어느 K-아줌마의 '갓생' 투쟁기: "내 무릎은 기도를 위해 굽혀질 뿐!"

오늘도 머리에 힘 빡 주고 일어납니다. 머리가 무거울수록 무릎은 더 꼿꼿해지는 법이죠. 아침부터 태양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나갑니다. 퇴근길엔 달을 안고 오느냐고요? 아뇨, 퇴근길 마트 세일 품목을 안고 옵니다.


정비소에서의 '바보' 연기

차 소리가 이상해서 정비소를 갔습니다. 분명 "끼익" 소리가 났는데, 메카닉 앞에만 서면 제 영어는 "오 마이 갓"에서 멈춥니다.

"디스 사운드... 유 노? 끼익... 슈슉..."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제가 바보가 되는 기분입니다. 눈빛을 보니 이미 제 지갑은 '바가지 맛집'으로 소문난 것 같네요. 말이 안 통하니 속에서 '쿵' 소리가 납니다. 한국이었으면 "사장님, 이거 저번에도 갈았잖아요!"라고 쏘아붙였을 텐데, 여기선 그저 미소 띤 바보가 됩니다.


분노의 'K-청소' 스킬

집에 오자마자 "숙제했어? 밥 먹어!" 래퍼처럼 비트를 뱉어냅니다. 억울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무너지려는 찰나, K-여자는 울지 않습니다. 대신 고무줄로 머리를 질질 잡아매고 팔을 걷어붙이죠. 보이는 모든 것을 섬멸하듯 닦고, 치우고, 정리합니다.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는 그 기세는 거의 터미네이터급입니다. 우울할 땐 눈물 대신 '락스'를 뿌리는 게 우리 식 치유법이니까요.


하나님, 귀마개 하나 사드려야겠어요

주말, 화려한 파티에 간다는 동료들을 봅니다. 뭐 대단한 파티인가 했더니 메뉴가 고작 식어빠진 치킨 윙이랑 콜라랍니다.

"흥, 저런 칼로리 폭탄 파티, 안 가고 말지!"

정신 승리를 거두며 저는 교회로 향합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떼쓰러 가는 거죠. 그런데 옆을 보니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다른 아줌마들이 보이네요. 저분들 집은 대궐이라는데, 그럼 거기 계신 하나님은 키가 더 크신 걸까요? 제 기도는 요란한 그분들의 뒷바라지 공세에 묻히는 것만 같아 은근히 부럽고 샘이 납니다.


도로 위의 콩글리시 액션

그러다 길 위에서 접촉 사고라도 나면?

"아이고, 하나님!"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경찰 앞에서 억센 영어, 부러진 영어를 총동원해 봅니다. 항변이 안 먹힐 땐 속으로 또 하나님을 부릅니다.

"하나님, 제 쪽으로 판결 나게 해 주세요. 제발요!"

결국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루 종일 징징거리며 하나님 귀를 따갑게 해 드린 게 죄송해집니다.

"하나님, 오늘 제 목소리 너무 컸죠? 내일은 성능 좋은 귀마개 하나 사드릴게요. 좀 참아주세요!"


**나에게 건네는 위로 한 마디**

억울하고 힘들어도 결국 머리 질끈 묶고 다시 일어서는 K-아줌마의 모습은 세상 그 어떤 영웅보다 강합니다! 하나님도 아마 그 귀여운(?) 떼쓰기를 흐뭇하게 듣고 계시지 않을까요?




**억새풀 여왕의 외출**


무릎은 낮추라고 있는 게 아니라

기도할 때 힘주라고 있는 것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억울함 탈탈 털어 넣고

락스 냄새로 우울함을 하얗게 소독하는

당신은 이 구역의 '청소 전문 천사'


영어가 좀 부러지면 어때요?

하나님은 '콩글리시'도 '천국어'로 알아들으시는데!


커다란 선글라스 뒤에 숨은 부러움은

오늘 저녁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김에 날려버리세요.


파티장의 식은 치킨 윙보다

당신의 부엌에서 끓여낸 시 한 구절이

훨씬 더 맛있고 근사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