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얇은 눈웃음으로
은방울꽃을 반길 줄 아는 여자.
초록의 빛이 스며드는 자작나무 숲에서
침묵이라는 은어를 담아낼 줄 아는 여자.
시(詩)를 좋아해서
스스로 시(詩)가 되어버린 여자.
시(詩)를 담고 싶은 어린 영혼의
희미한 별빛 은어를 읽어낼 줄 아는 여자.
그리하여 우주 멀리 날아가 버린 영혼을 찾아 나선 여자.
시인(詩人)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영원이라는 걸 알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영혼을 위해 울어버리는 여자.
안아도 안아도 품지 못하는
시(詩)를 사랑해서
젖은 낙엽이 되어버린 여자.
이즈녁에도 까칠한 발바닥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여자.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낯설 때, 혹은 내가 쓴 글이 나보다 앞서 나갈 때 이 시(詩)를 썼습니다. 시(詩)를 품기 위해 젖은 낙엽이 되는 일, 그것이 우리 삶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