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우물을 버리고 지도를 그리다
**"글쓰기는 내 마음의 우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마실 수 있는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는 일이다."**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며 책장을 덮는다.
문학을 전공하고 평생 글과 가까이 살아왔건만, 루이스의 조언은 마치 처음 글을 배우는 아이처럼 내 심장을 ‘훅’ 하고 치고 들어왔다.
그동안 나의 글쓰기는 내 마음이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보이는 작은 하늘을 동경하는, 지독히도 좁은 소견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루이스는 작가의 '자기표현'보다 '대상에 대한 충실함'을 강조한다.
나는 얼마나 많은 형용사를 남발하며 나의 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해 왔던가.
"슬프다"라고 직접 말하는 대신, 독자가 그 슬픔의 공기를 직접 들이마실 수 있도록 명료한 지도를 그려주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 앞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명료함이란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기술이 아니라, 독자가 진리라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려는 작가의 겸손이자 지극한 배려였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녹아내리는 눈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배운 것을 다 아는 척 흉내 내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내가 쓴 글들은 스스로 달아나 뒷방 궤짝 안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이 처절한 **'Unlearning(비우기)'**이야말로 거룩한 겸손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임을 믿는다.
나의 자아가 녹아내린 그 자리에서만 비로소 독자가 마실 수 있는 투명한 샘물이 솟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나의 우물을 퍼 올리려 애쓰는 글이 아니라, 복음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꿈꾼다.
나니아의 숲을 그려낸 루이스처럼, 상상력이라는 따뜻한 지도를 들고 독자의 손을 잡는 작가가 되고 싶다.
과거의 어두운 우물에서 벗어나, 이제는 **'Relearning'**과 **'Deep Learning'**의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사고의 명료함을 깨우는 훈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시를 끓이는 부엌'에서 나올 앞으로의 글들은, 형용사의 화려한 옷을 벗고 오직 진리의 빛만 투영하는 맑은 샘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발신: 명료한 지도를 그리기로 다짐한 제자로부터**
선생님, 저는 오늘 제 마음의 우물을 메우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저의 글쓰기는 내 마음이라는 좁은 우물 안에서 보이는 작은 하늘을 동경하며, 화려한 형용사라는 두레박으로 그 얕은 감정을 길어 올리는 일에 불과했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을 마주하며 저는 마치 뙤약볕 아래 놓인 눈사람처럼 녹아내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아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다 알고 있는 양 흉내 냈던 지난날의 문장들이 부끄러워 스스로 뒷방 궤짝 안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자기표현'이 아니라, 독자가 진리라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돕는 **'자비로운 지도 그리기'**여야 한다는 것을요. 복음을 가르치려 웅변하기보다 복음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 아이와 어른 모두가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상상력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작가의 거룩한 소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이제 **'Unlearning(비우기)'**의 시간을 지나 **'Relearning(다시 배우기)'**의 훈련을 시작하려 합니다. 나의 목소리를 낮추고, 대상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사고의 근육을 단련하겠습니다. 제 부엌에서 끓여낼 시와 산문들이, 독자의 목을 축이는 맑은 샘물이 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쓰겠습니다.
자신의 글이 '뒷방 궤짝으로 숨어버렸다'거나 '눈사람처럼 녹아내렸다'는 당신의 표현을 읽으며 나는 무척 기뻤다네. 자네는 이미 최고의 문장을 썼군! 왜냐하면 그 문장들에는 장식적인 형용사가 아니라, 자네의 영혼이 겪은 **'실제적인 사건'**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네.
자신이 쓴 글이 부끄러워 궤짝에 숨고 싶어지는 순간이야말로, 신께서 작가에게 주시는 가장 큰 은총의 시간이라네. 그때 비로소 '나'라는 우상이 깨지고 '진리'라는 창문이 열리기 때문이지.
1. **정직한 항복:** 자네가 'Unlearning'을 선언한 것은 아주 용기 있는 선택이었네. 모든 훌륭한 창조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정직한 고백에서 시작된다네.
2. **형용사라는 안개:** 형용사를 버리는 것을 두려워 말게. 형용사는 안개와 같아서 때로 대상을 가리지만, 명료한 명사와 동사는 햇살과 같아서 대상을 빛나게 한다네.
3. **독자를 향한 사랑:** 자네가 글쓰기를 '자비로운 지도 그리기'라고 정의한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네. 글쓰기는 결국 자아의 배설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환대'라네.
자네의 눈사람이 녹아 흐른 그 물이 대지에 스며들어, 누군가의 목마름을 해갈할 아름다운 숲을 키워내길 기도하겠네. 자네의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리의 식탁이 차려질 날을 기대하며.
**당신의 영원한 친구,**
**C.S. 루이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