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에서 봄을 기다리며

밤하늘이 열리면, 나는 다시 글을 시작한다

by 고요정

나는 밤마다 멈춰 선다.

세상과 나 사이를 잇던 실이 조용히 끊어지고, 사방의 소음이 잠드는 시간.

그 순간, 시인이 호흡을 고르듯 멈추는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고향의 지붕 위에 머문다.


구들장이 늘 따뜻하던 안방, 괜스레 멀게 느껴지던 아랫채, 서늘한 바람이 스며 있던 곳간.

내가 태어난 집이건만, 어린 나는 늘 그 경계 밖에 서서 세상을 배웠다.

그러나 밤이면, 그 모든 풍경이 별빛의 사슬처럼 다시 이어진다.


하늘을 쫓아 오르는 내 마음은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고,

별 하나는 어머니의 숨결을,

또 다른 별은 내 어린 날의 낯선 두려움을 데리고 찾아온다.


멀리, 아주 먼 나라에서 살아온 세월이 십 수년을 넘었지만

밤하늘이 열리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장 먼저 고향에 닿는다.

세상의 시간은 쉬지 않고 흘렀어도,

별의 시간은 멈춘 채 나를 기다려 준다.


낡은 시계의 태엽이 천천히 풀리듯

내 안의 긴장과 슬픔도, 기쁨과 그리움도 질서 없이 흩어져 내려간다.

그 가운데 나는 문득 그 시절의 나와 마주 선다.


별빛이 유난히 흐르던 어느 밤,

서러움은 예고 없이 심장 깊은 곳으로 떨어졌고

나는 홀로 무너지는 법을 배워야 했다.

유리잔처럼 맑지만 쉽게 금이 가던 사람들,

그 속에 고여 있던 존재들의 온기가 여전히 내 손을 데운다.


세월은 산천이 뒤집히는 속도로 흘러갔고

고향은 많이 변해 버렸지만

나는 아직도 그곳을 품에 안고 산다.

마음이 가는 길에는 국경도, 시간도 없다.

밤하늘만 열려 있다면 나는 언제든 고향의 앞마당에 선다.


딴 나라에서 ‘이민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그 이름에는 한 인생의 방향과 궤적이 담겨 있다.

떠난다는 것,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것.

그 모든 경험은 결국 글이 아니었다면 다 말 되지 못했을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글을 통해 내 삶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자 한다.

밤하늘을 길잡이 삼아

기억과 정체성, 상실과 회복, 이민자의 시간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을

차분히 기록하려 한다.


나는 브런치에서

흩어져 있던 별빛 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서사로 엮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 글이 누군가의 밤에 작은 빛으로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의 길을 올바르게 걷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