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내 마음의 정원을 두드린 날

슬픔의 가시를 뽑아낸 자리에 심은 것

by 고요정


만약 오늘, 그 아이가 지구에 다시 온다면 어디로 갈까.

숫자만 세는 어른들의 빌딩 숲은 아닐 테고, 가로등 켜는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골목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잠시 쉴 수 있는, 볕이 잘 드는 의자를 찾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정원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그런데 저기, 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작은 아이가 서성인다. 어린 왕자다. 그는 내 정원 입구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손짓했다.

"어서 와, 꼬마야. 들어와도 된단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여우가 말해줬거든요. 여기는 아주 축축하고 어두운 늪이라고요. 들어가면 발이 푹 빠져서 울고 있는 아줌마를 보게 될 거라고 했어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네 친구 여우 말이 맞았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슬픔이 고인 늪이었지. 나는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그게 깊이 있는 삶이라고 착각했었단다. 가시 돋친 장미만 가득 키우면서 말이야."

어린 왕자가 내 발치에 앉아있는, 나와 몸무게가 똑같은 내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런데 정원은 이제 항상 맑음이니까."

나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어린 왕자가 웃는다.

오후의 햇살이 우리 셋 위로 포근하게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