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슬픈 뮤즈와의 작별, 그리고 새로운 다짐

나는 이제 햇볕 아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by 고요정



나는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맹신했다.

내 마음이 늘 깊고 어두운 곳을 향해 걸어갔기에, 나는 그것이 곧 '나'인 줄 알고 속절없이 끌려다녔다.

나의 마음은 짓궂게도 어둠을 편애했다.

외로워야만 감성이 깨어났고, 우울해야만 문장이 솟아났다. 수치심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때, 역설적이게도 나는 글을 쓸 에너지를 얻었다. 나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의 본질이라 믿었고, 스스로에게 '슬픈 사람'이라는 최면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 해맑은 교정의 복도 끝에서 창밖만 바라보던 열일곱의 나.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행복하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 상처가 있어야만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를 규정해 버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를, 그리고 내 마음을 가만히 분리해 본다.

진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웃고 싶다. 여행하며 세상을 누리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가 가족이라 다행이야"라며 안도하고 싶다. 스무 해를 함께한 남편과 생의 마지막 날까지 평온하게 손잡고 걷고 싶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행복해지려 하면 펜 끝이 무뎌지고, 깊은 수렁에 빠져야만 다시 쓸 거리가 떠오른다.

절망이 나의 무의식에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사실, 이것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나는 이 아이러니한 굴레를 이제 끊어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결심한다.

더 이상 늪 속에서 피는 꽃을 꺾지 않기로.

어두운 밤, 홀로 켜 둔 스탠드 불빛 아래서가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글을 쓰기로.

고통을 재료 삼아 요리하는 셰프가 아니라, 일상의 기쁨과 평온을 재료로 인생을 요리하는 셰프가 되기로.

슬픔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한 사람의 문장도 충분히 깊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부터 내가 직접 증명해 보려 한다.

이것은 나의 글쓰기이자, 동시에 나의 투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