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밭에서 쏘아 올린 세 개의 화살*
나의 집에는 든든한 오른쪽 기둥이 하나 있었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천장을 떠받치던,
영원히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았던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예고 없는 방문객 같아서,
어느 날 거대한 썰물이 밀려와 작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나의 기둥을, 아이들의 하늘을 먼바다로 싣고 떠나버렸습니다.
그가 떠난 자리는 웅덩이처럼 깊게 파였고
남겨진 우리에게는 휘청거리는 현기증만 남았습니다.
그날부터 나의 '인생 학교'는 교과서가 아닌 실전이 되었습니다.
기둥이 사라진 자리로 들이치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스스로 기둥이 되어야 했고,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기어서라도 건너야 했습니다.
나는 바람 부는 억새밭의 어미 새였습니다.
거친 바람이 불 때마다 둥지는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나는 날개를 활짝 펴 아이들을 가리며 짐짓 웃어 보였습니다.
불안이 아이들의 솜털에 닿지 않게 하려는, 나의 유일한 거짓말이었습니다.
한 주가 저무는 금요일 밤이면,
나는 둥지를 지키고 있는 나의 병아리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얘들아, 엄마가 11시 30분까지 갈 거야. 준비하고 있어."
우리는 아빠가 떠난 빈자리에 외풍이 들까 봐,
보일러 대신 뜨거운 추억을 떼기로 했습니다.
심야 영화관의 팝콘 냄새, 늦은 밤거리의 네온사인,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세 아이의 그림자.
나는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어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빠득빠득 안간힘을 쓰며 날갯짓하던 그 밤,
우리는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결핍이 있었기에, 우리가 함께 덮었던 그 담요는 그토록 따뜻했나 봅니다.
우리는 '나르니아'가 열리는 날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가장 새로운 세상을 아이들의 눈앞에 펼쳐주고 싶은 마음.
그것은 가난한 어미가 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사치이자,
사랑한다는 말 대신 건네는 입장권이었습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겨우 이 정도란다."
나는 늘 미안해하며 팝콘 묻은 고사리 손을 잡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의 그 '겨우 그 정도'의 최선이,
실은 아이들에게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는 비밀 통로,
나르니아로 가는 옷장 문을 열어준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대들은 나의 작은 **군주(君主)**였습니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나는 그대들을 왕처럼, 여왕처럼 섬기고 싶었습니다.
내 부족한 품을 믿고 따라와 주던 그 고사리 같은 손길이
나의 찢긴 심장 틈새마다 붉은 꽃으로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거친 세상에 나가서도 누구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
조심스레 사랑을 배우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살피는 배려를 익힌
나의 세 송이 꽃들이여.
나는 이제 그대들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내 가슴에 피었으니 꽃이라 부를까요,
아니면 이제 내 손을 떠나 저토록 환하게 빛나니 별이라 부를까요.
아마도 그대들은
이 억새밭의 활에서 떠나보낸,
가장 멀리 날아가 가장 높이 박힌
세 개의 화살이자, 나의 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