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숲, 작은 나비

**디즈니의 작은 거인, K-여자**

by 고요정



디즈니 최고의 리조트 주방, 그곳은 나에게 '거인들의 숲'과도 같았다.

돈이라는 가치가 무색할 만큼 귀하고 별난 재료들이 VIP의 입맛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졌다. 그 풍요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곤 했다.

재미있는 건 나의 체구였다. 거구의 서양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유독 왜소했다. 하지만 그 작음은 나의 무기였다. 나는 그들 사이를 날아다닐 듯 가볍게 누볐다. 나의 작은 몸집이 주는 뜻밖의 특권은, 거인들이 나를 보호해 주려 했다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 부탁하면 그들은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서로 돕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 시절, 나는 주방의 작지만 강한 존재였다.

은퇴한 지금, 묘하게도 내 곁에 남은 건 '아시안' 친구들이다. 일본, 베트남, 필리핀… 서로 다른 말을 쓰지만, 우리는 같은 정서의 밥을 먹는다. 이역만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고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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