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피카소와 비밀 연회
그의 언어는 입이 아닌 손끝에 있었다. 쉰을 넘긴 싱글 대디인 그는 우리를 즐겨 그렸는데, 주인공은 늘 '나체의 여인'이었다. 옷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본질적인 특징만을 유머러스하게 잡아낸 캐리커처. 우리는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 대신 배를 잡고 웃었다. 그는 가장 야했지만, 가장 순수한 영혼을 가진 남자였다.
우리의 비밀 아지트는 '워크인 쿨러(대형 냉장고)'였다.
"헤드 셰프 뜨나 잘 봐!"
망을 보며 하나둘씩 쿨러로 뛰어들어, 덜덜 떨면서도 내가 만든 간식을 나눠 먹었다. 플로리다의 겨울 새벽은 의외로 춥다. 그 차가운 냉동고 안에서 우리는 참 많이도 웃고 울었다. 인종은 달라도 눈물은 같은 온도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