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린 계절, 한 잔의 와인으로 오시는 빛

포로 된 자여!

by 고요정



우리는 종종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 놓인 작은 돌멩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라고, 싫다고 거절하고 싶지만,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등 떠밀려 가는 날들이 있습니다.

내 삶의 주인은 분명 나인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상황의 노예가 되어 원치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려는 외침은 뜨겁지만, 현실은 차갑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목구멍 언저리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 이물감.

그것은 우리가 짊어진 운명의 무게이자, 소리 없는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시인은 우리의 영혼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포로 된 자

거절하고자 하나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이 땅!

주인으로 살고자 하나

주인 되지 못하는 영혼아!

크게 한번 내뱉고 싶어 하는 말 있어도

목에 걸린 사과 같은 운명아!


하늘에도

땅에도 아닌

허공에 매달린 너, 영혼아!


주님이

오라 하신다

한줄기 빛으로

길 만드신다

너에게 가시를 삭히시고

조금, 아주 조금 크리스마스의 와인 한잔을 주신다.


오라 하신다.

주께서…….


하늘에도 닿지 못하고 땅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위태롭게 허공에 매달린 영혼.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불안한 중력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고독감이 뼈에 사무칠 때,

세상의 소음이 멈춘 그 적막한 허공 속으로 누군가 찾아옵니다.

그분은 우리를 질책하거나 다그치지 않습니다.

그저 "오라" 하십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으로 길을 내어주십니다.

놀라운 것은 그 위로의 방식입니다.

우리를 찌르던 날 선 가시들을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부드럽게 '삭혀' 주십니다.

고통이 숙성되어 향기로운 위로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는 것입니다.

마치 거친 포도가 으깨지고 발효되어 붉은 와인이 되듯 말입니다.

그렇게 건네진 것은 거창한 축배가 아닙니다.

'조금, 아주 조금' 허락된 크리스마스의 와인 한 잔입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얼어붙었던 목구멍을 녹이고, 허공에 매달려 떨던 영혼을 따스하게 감싸 안기에

그보다 더 완벽한 위로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됩니다.

우리가 진정 포로 된 것은 비루한 운명이 아니라,

나를 부르시는 그 따스한 사랑 앞이었다는 것을요.

가시 돋친 삶을 삭혀내어 건네주신 그 붉은 와인 한 잔에,

비로소 영혼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고요히 날개를 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