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말발굽 소리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그해 겨울, 나의 터널을 지나며

by 고요정


예고된 쓰나미라 했지만

설마 내게 닿을까,

그 안일한 믿음이 무너지는 건 찰나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쳤다

앞도 뒤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 볼 수 없는

깜깜한 터널

나를 소멸시킬 수 없어

그 아찔한 공포를

마른침처럼 삼켜야만 했다


시간이라는 무심한 전차는

오직 앞으로만 굴러가고

내가 견뎌낸 줄 알았던 그 길은

사실, 주님이 앞에서 끌어주신 길이었다

성탄절, 세상이 빛으로 들뜰 때

나와 아이들의 이름이

불우 이웃 명단에 올랐다는 낯선 소식

몰랐다

너무 어둡고, 너무 무서워서

그저 살아내느라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기억이 뇌리에 깜빡인다

낭떠러지로 미끄러지던 순간

나를 낚아채던 거미줄 같은 구원

나에게도 예외는 없음을 인정하며

다시 신발 끈을 조였던 날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처럼 울리던 아이의 심장 소리가

멈춰 선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사랑은 그렇게

채찍이 되어 나를 살게 했다


아직도 가끔 피부가 놀라곤 한다

그 서늘했던 어둠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나는…….



[에세이] 사랑은 말발굽 소리를 낸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예고 없이 꺼져버린 가로등 밑에 서게 됩니다.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설마 내 발목까지 젖겠어'라고 생각했던 안일함은,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나의 우주를 덮치곤 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터널'이 있었습니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공포는 숨 쉴 틈도 없이 폐부로 파고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포를 삼켜야 했던 나날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전차 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버티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느 성탄절 즈음이었습니다. 거리는 화려한 조명으로 반짝이는데, 저와 아이들의 이름이 '도움이 필요한 가정' 명단에 올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끄러움보다 먼저 찾아온 건 멍한 자각이었습니다.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당장 오늘을 살아내는 일에 골몰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서 있는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온 건 저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낭떠러지로 미끄러지던 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저를 낚아채 주었고, 앞서가신 주님이 저를 이끌어 주셨음을 이제는 압니다.

무엇보다 저를 일으켜 세운 건 '소리'였습니다. 작고 여린 아이들의 심장 소리. 그 소리는 마치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처럼 제 귓가에 울렸습니다. "엄마, 일어나야 해. 앞으로 가야 해." 그 박동 소리가 멈춰버릴 것 같은 제 심장을 채찍질하며 다시 뛰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은 때로 부드러운 위로가 아니라, 심장을 가격하는 묵직한 울림으로 우리를 살게 합니다.

지금도 가끔 문득문득 그때의 아찔함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트라우마처럼 남은 서늘한 기억이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어둠 속에서도 사랑은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