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해를 이고 가는 나그네여

밤새 지새운 숨결이 사랑이 되기까지

by 고요정


**한 방울의 우주**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밤새 응결된 이슬이었다.

가쁜 숨결을 잠재워

가장 낮은 곳에 우주를 담았다.


보라, 사랑을 찾은 자를.

솟아오르는 태양과

그 빛을 삼킨 우주가

입 맞추어 하나 되는 찰나를.


작은 한 방울 안에서

사랑은 연소하고

타오르는 해를 이고 영원을 걷는

그대라는 이름,

끝을 모르는 나그네여.


[작가의 단상] 이슬의 뒷모습


이슬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를 만나 비로소 하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젊은 날의 사랑이 불꽃처럼 타올라 재를 남기는 것이라면,

지금 내 나이에 마주하는 사랑은 이슬처럼 맑게 맺혀 우주를 비추는 일입니다.

밤새 고뇌하며 차갑게 식은 가슴이라야 이슬이 맺힙니다.

그 작은 물방울 하나에 온 우주가 들어와 앉습니다.

해를 피해 숨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 뜨거운 해를 머리에 이고 길을 떠나는 나그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완성이자, 삶의 뒷모습입니다.

소멸이 아닌 합일(合一)을 꿈꾸며,

오늘도 타오르는 해를 이고 묵묵히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