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머니

by 고요정
엄마! 엄마! 엄마!




**그 남쪽 하늘에 띄우는 편지**

사람들이 묻곤 합니다. 왜 그 익숙하고 정든 보스턴을 떠나 낯선 플로리다로 갔느냐고. 현실적인 이유나 거창한 계획을 기대하는 그들에게 저는 덤덤히 대답합니다.

"이유는 하나였어요. 하늘이 예뻐서요."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북쪽 하늘을 뒤로하고, 따스한 남쪽 하늘을 이고 살아보겠다는 것. 어찌 보면 철없는 낭만처럼 들릴지 모르는 그 '감상' 하나가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보스턴의 회색빛 겨울과는 다른,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웅장한 구름이 춤을 추는 이곳의 하늘을 처음 보았을 때, 제 가슴속엔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딸아이가 제 가슴속에서 나왔습니다. 쉰 살의 저를 어린애로 만들어준 프로리다의 하늘이 부른 이름!

바로 엄마였습니다.

전화기 너머 엄마에게 아이처럼 들떠서 말하곤 했습니다.

"엄마, 여기 하늘이 정말 기가 막혀. 엄마가 와서 꼭 봐야 해. 내 눈으로만 담기엔 너무 아까워."

그것은 딸로서 엄마에게 건넨 설레는 초대장이자, 제 남은 생을 함께 나누고픈 약속이었습니다. 내가 반한 이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의 눈에도 고스란히 담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나란히 테라스에 앉아 붉게 물드는 노을을 보며, 지나온 세월의 고단함을 씻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엄마는 딸이 마련해 둔 남쪽 하늘 아래 도착하기도 전에, 그보다 훨씬 높고 먼 '다른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 찬란한 풍경은 이제 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되어버렸고, 지키지 못한 약속은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돌덩이처럼 남았습니다.

어느덧 저도 나이 든 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산다는 것이 때로는 지치고 고단한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제 시 <나의 하늘>에 적었듯, 이렇게 오래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도, 살다가 지칠 때면 여지없이 엄마가 그리워진다는 것을요.

오늘도 저는 플로리다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무지 아름다워서 엄마를 부르게 했던 그 하늘에, 이제는 엄마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엄마, 거기 하늘은 어때?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이곳보다 더 아름다워?"

비록 엄마는 내 곁의 남쪽 하늘로 오지 못하셨지만, 지금 제가 보는 이 하늘이 엄마가 계신 그곳과 맞닿아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늘을 보면 그 엄마가 나타나고, 난 그날의 약속을 고스란히 기억하니까요.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나의 엄마.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