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이여
그대 이름은
안녕이라 하지요.
지순한 눈망울로
이슬도 빛을 내는 그대
그 이름을 잊기 위해
내가 있답니다.
무지렁이 꽃도 꽃이어라
잊지는 말아야지 다짐했으나
가슴이 쩍 갈라지듯
북풍 불어오던 날
안녕이라,
인사합니다.
바람 따라 훠이 훠이
가시다가 뒤돌아보지도 말고
그냥 넘어가소서
** 찬란한 이슬이여, 그대 이름은 이제 '안녕'이라 하자**
만물은 저마다의 이름을 얻어 비로소 숨을 쉽니다. 무심코 스치려던 발길이 멈춘 그곳, 수풀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삶의 짙은 내음 속에 '그대'라는 이름이 피어났습니다. 내게로 와 꽃이 되고, 이내 우주가 되었던 당신. 만남이 삶의 거스를 수 없는 섭리라면, 이별 또한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이곳에 멈춰 서서 시인을 꿈꿉니다. 가슴을 채 열어보이기도 전에 등을 돌린 인연이라 해도, 그 마지막 편지 위에는 잔인하리만치 투명한 이름을 붙여주려 합니다.
"그대 이름은 이제, 안녕이라 하자."
이 이름을 부르기 위해 손끝이 아리도록 써 내려갔던 한여름 밤의 춤사위도 있었습니다. 하나 이제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존재는 소멸의 벼랑 끝이 아닌 영혼의 고향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순한 눈망울과 빛나는 이슬을 품은 시인의 영혼이 머무는 곳, 그 안온한 언덕을 향해서 말입니다.
이제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오직 당신을 내 안에서 온전히 삭혀내기 위함입니다. 아랫마을의 시끌벅적한 소란은 뒤로하고, 잊히지 않는 눈짓 하나 가슴에 품은 채 숲으로, 마음의 본향(本鄕)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잊히기 위해 존재하는 그 눈짓으로, '안녕'이라는 이름의 뒤안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이름 없는 무지렁이 꽃이라 한들 어떠하며, 투박한 호 박꽃인들 또 어떠하겠습니까.
이제는 고개 숙인 할미꽃이 되어 저 따스한 고향의 흙으로 돌아가는 여정일 뿐인 것을.
이슬이 되어 사라지는 안녕아,
바람에 펄럭이는 우리의 삶 자락이, 사라지기에 이토록 찬란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