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 자작나무들

사람아!

by 고요정

사람아!

꽃잎을 본다.

날아 가버릴 기억 새 되고자

모듬고 피어난 꽃잎을 본다.

무지랭이 벌판에

흩뿌려질 꽃향기 되고자

질척한 흙탕물에도 피어나는

꼴 사나운 꽃잎을 본다.

우리는 그렇듯 꽃으로 왔다.

새벽엔 이슬에 젖은 투명한 노래로,

한 낮엔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하는 ,

밤마다 술잔을 들고 별들을 위하여

합창하는

우리는 꽃으로 온거다.



**작가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이 진흙탕처럼 질척이는 날이 있습니다. 도무지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척박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빛깔을 잊곤 하지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비루한 흙탕물 속에서도 꽃잎은 안간힘을 다해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문장들을 꺼내어, 오늘 당신이라는 이름의 꽃에게 이 노래를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