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묵은지 인사

삭힌 술 한 잔, 그리고 민들레의 독백

by 고요정


삭힌 술 한 잔에

넋을 녹이더니

웬걸, 나도 시인을 따라가겠노라 했어.


기침이 나고

토가 되어 나온

넌 저기에서, 난 여기에서.


만나며 스쳐야 하는 우린

삶을 품은 민들레 홀씨였고

어느 날, 어떤 바람이

너와 나를 어떤 땅에 뿌릴지라도


너도 꽃이었노라 말해야 했고

나도 꽃으로 살다 갔노라

말할 수 있었어야 했어.


애저녘,

너와 난 다르지 않아.


그러니 마지막 한 잔 마저 하고

이별마저 수고했노라,

말해주자.


​**작가의 한마디**

"삭힌 술 한 잔에 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리움이, 되려 꽃이 되어 피어났습니다. 바람에 실려온 인연도, 바람 따라 떠난 이별도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뿌리내려도, 여전히 같은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