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새의 시간
나무의 노래, 새의 시간
우리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이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참으로 소중하고 예쁜 계절이어서
오랜 시간 내 영혼의 가장 깊은 방에 머물러 왔습니다.
어떤 날의 우리는 날 선 말들로 서로를 할퀴었고
어떤 날의 우리는 비로소 맞잡은 손으로 화해를 했으며
또 어떤 날의 우리는 용서하지 못한 마음을 진흙처럼 발에 묻힌 채
그 질척이는 감정 속을 속절없이 허우적거렸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의 정체였을까요.
우리의 인연은 어찌나 질긴지 끊어내려 할수록 더 팽팽하게 조여 오고,
서로를 향해 분노를 내뿜고 으르렁거리면서도
결국은 다시 서로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맙니다.
우리가 ‘우리’가 아니어도 좋았을
그 수많은 방법과 기회들을 우리는 왜 다 놓쳐버린 걸까요.
한 그루 나무에 수많은 새가 날아와 깃듭니다.
잠시 지친 날개를 접고 쉬어갔다가, 다시 다음 생을 향해 떠나가는...
그 가볍고도 투명한 뒷모습들.
새들아, 그리고 나의 나무야.
우리가 저들처럼 가볍게 머물고 비울 수 있으려면
천 년의 세월이 흐르면 될까, 아니면 만 년을 더 견뎌야 할까.
여전히 나는 이 지독한 ‘우리’라는 숲에 갇혀
너라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으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