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라는 함수, 그 해답은 겸손이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K-woman이 폭풍 속에서 배운 것

by 고요정

폭풍과 인간의 함수 (The Function of the Storm and Man)

그대들이여, 오늘 나에게 허리케인에 대하여 묻는다면, 나는 그것을 파괴자라 부르지 않고 **'순수한 힘의 춤'**이라 부르겠습니다.

보십시오. 저 바람은 분노를 품고 불어오는 것이 아니며, 바다를 사랑하여 휘감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불이 뜨거움을 본질로 삼듯, 허리케인은 거대한 회전과 흐름을 본질로 삼는, 자연의 가장 정직한 호흡입니다.

바다 깊은 곳, 태초의 침묵 속에서 스스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성 하나만을 믿고 일어선 저 소용돌이를 보십시오. 땅과 바다와 하늘을 잇는 거대한 기둥이 되어 지나갈 때, 그것은 완전하고도 아름다운 **'절댓값'**과도 같습니다. 그 안에는 어떠한 사심(私心)도 섞여 있지 않기에, 그 파괴조차도 죄가 되지 않는 순백의 힘입니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그 폐허 위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부서진 지붕과 쓰러진 나무들 사이로, 비로소 인간이 배워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인 **'겸손'**이 고요히 내려앉습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거대한 함수(Function) 속에서 살아가는 변수들입니다.

만약 자연을 거대한 상수 C라고 한다면, 인간의 이성은 그 앞에서 얼마나 작은 계수(Coefficient)에 불과합니까.

허리케인은 우리에게 이 수식을 증명해 보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오만함을 x축에 놓을 때, 삶의 결과값인 y는 혼란으로 치닫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폭풍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깊은 겸손을 입력값으로 넣을 때, 비로소 인간은 **'아름다움'**이라는 결과값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람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강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거대한 힘 앞에서 스스로 작아질 줄 아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적막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우리의 이성은 자연을 지배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 앞에 무릎 꿇고 그 흐름에 맞추어 살아가기 위한 도구임을.

그러므로 그대여, 허리케인을 두려워만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그대의 영혼에 낀 거품을 걷어내고, 그대 본연의 '순수 힘'을 마주하게 하는 자연의 엄한 스승입니다.

가슴에 겸손을 담고 살아가는 자, 그가 바로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며, 자연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함수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보스톤을떠나 올랜도에 짐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낯선 땅의 설렘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저는 뉴스에서만 보던 '카테고리 5등급' 허리케인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창문이 뜯겨 나갈 듯한 굉음과 집을 삼킬 듯한 비바람. 그 절대적인 힘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만유의 주재이신 하나님 앞에 납작 엎드려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그 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자연이 보여주는 '순수 힘'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태평양을 건너와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삶의 변수들, 그리고 그 폭풍 속에서 배운 겸손과 초연함에 대하여. 수학의 함수(Function)에 빗대어 저의 고백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