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혀둔 꿈을 꺼내어 햇살에 널다
오랜 꿈은 때로 짐이 되기도 합니다.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꺼내어 닦기에는 너무 아픈,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둔 '묵은지' 같은 마음. 시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그 꿈을 볕에 말리는 대신, 캄캄한 어둠 속에 묻어두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꿈은 숨을 쉬고 있었나 봅니다. 밤이 깊어지면 그 꿈은 어김없이 통증을 동반한 이슬이 되어 내 메마른 가슴을 적셨습니다.
어느 날 오후, 먼지 쌓인 시집을 펼쳤을 때 발견한 것은 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갈피에 눌려 바스락거리던 노란 민들레 한 송이.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혹은 외면했던 나의 영혼이었습니다.
이제 묵혀두었던 그 시간을 꺼내어 봅니다. 눅눅해진 슬픔을 햇살에 널어 말리며, 나는 다시 펜을 잡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
밤은 어둠 대신 더 많은 아픔을 낳았고
그 쓰라림은 이슬이 되어
메마른 가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어느 나른한 오후
낡은 시집 갈피에서
민들레 한 송이가
노오란 꽃잎이 바래어 말라갈 때
꽃은 비로소 영혼이 되었다
나는 그 마른 꽃의 인도를 따라
잃어버린 삶의 숨결을 찾아 나섰다
나는 무엇일까, 지금 어디에 있는가
바람 소리를 따라
영혼은 소리 없이 울었다
나무 아래 홀로 서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여전히 외롭다
그리하여, 나는 쓴다
말라버린 민들레가 꽃잎을 떨구고 홀씨가 되어 날아가듯, 내 안의 아픔도 이제 영혼이 되어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나무 아래 서서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외로움은 나를 갉아먹는 형벌이 아니라, 나를 '나'이게 하는 증거임을 알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오래 묵혀둔 이 편지를 이제 당신에게 보냅니다.
눈물은 말랐고, 남은 것은 깊어진 향기뿐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