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누가 지나가든 급하게 Ctrl+W를 찾지 않아도 되는 최적의 근무 환경.
유튜브 콘텐츠 회사 6개월 차 신입사원에게는 일상이다.
아직도 종종 일하다 보면 한없이 젊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 하는 새삼스러운 감상에 젖곤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고 이런 것도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취직이란 무엇인가?
취업하기 전, 취준생 기간 내내 이 본질적인 의문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도대체 다들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해본 적 없는 직무에 적합한 스펙을 쌓고 내가 이 일에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난 마케팅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모두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자신 있다고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흥미가 느껴지는 일을 그냥 겪어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전공이고 뭐고 모르겠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아주 소규모의 의류 브랜드에 들어가 샵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유는 딱 하나, 내가 밤새 구경해도 질리지 않는 옷들이 그곳에 있었고 그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년간 택배도 열심히 부치고 블로그도 끄적이다 디자이너 실장님들의 철없는 언행에 더는 상처받을 마음이 없어졌을 때쯤,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었다. (물론 보상으로 그 브랜드의 옷은 3년은 충분히 입을 수 있을 만큼 잔뜩 샀다.)
마케팅 전문 스타트업에서는 틈만 나면 눈을 뒤집고 고함을 질러대는, 정말 이런 게 분노조절장애이구나 싶은 사장을 만났고 공공기관에서의 근무는 글쎄, 특별히 기억나는 것도 없다. 가장 보수적이면서 안정적이고 평균 연령이 높았으며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세 차례나 직업을 바꾸며 신입 연봉을 2년째 유지하던 나에게 흥미로운 경험은 이 정도면 충분했고 이제는 결론을 내야 했다.
그 결과 쉽게 돈을 포기했다.
사실 대단한 각오보다는 어쩔 수 없는 체념에 가까웠다.
친구들 사이에서 돈, 사람, 일 중에 두 가지만 건지면 성공한 직장생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을 때도 가장 포기 못 할 것이 돈이었는데, 연봉을 포기한 직장생활은 실패와도 같은 말인 것 같았는데 막상 직장생활을 해보니 인생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쓰고 있었고 그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엄청난 인생의 낭비 같았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는 일을 하자.
짧은 시간 동안 이뤄낸 나의 넓고 얕은 커리어를 돌아보니 그 지루했던 시간 사이를 미세하게 관통하고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몰입했던 찰나의 순간들은 공통으로 뭔가를 끄적거리던 순간들이었다. 옷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던 바로 그 블로그와 마케팅 홍보용 인스타그램,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까지 다 내가 유일하게 작은 불꽃을 만들었던 순간들이었다.
그때 확신했다.
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쓰는 사람이 되어야 행복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취업 준비 과정이 그렇듯 진로에 대한 깨달음과 결정의 기간보다 준비 기간이 훨씬 길고 장황해야 하겠지만 이후의 과정은 꽤 수월했다. 아마도 목표지향이 확실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력서에 이제까지 내가 써온 글들을 붙이는 게 신입 유튜브 작가를 위한 포트폴리오가 되었으니까.
서류 합격은 솔직히 조금 예상한 바였으며 면접 때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어쩌면 5할은 이제 막 시작하는 유튜브 회사에 대한 조금의 만만함이었을 것이고 나머지 5할은 유튜브 작가라는 직무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 덕분이었다.
면접 때는 여전히 딱 한 가지 질문만이 기억에 남는다.
“성격도 조용조용하고 목소리도 작은 것 같은데 작가 업무 잘할 수 있겠어요?”
“네, 자신 있습니다! 일할 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사무실 이 자리에서 종종 곱씹어보곤 하는 나의 취준 기억이다.
이렇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나는 유튜브 콘텐츠 회사의 작가가 되었고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며 오늘도 당당하게 화면 가득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