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시선 : 걷거나 뛰지 마세요.

by 고요

“무빙워크에서는 걷거나 뛰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안전하게 서서 이동하세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이 문장은 무빙워크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나오는 안내 멘트이다. 하지만 이 안내사항을 지키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나를 포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내와 상관없이 무빙워크와 발을 맞춰 부지런히 걸어간다. 바쁜 일이 있어서 서두르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냥 성격이 급해 바삐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바삐 걸어간다.


어느 날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를 바쁘게 뛰어갔던 적이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지하철 탑승하였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올 때 내 뒤에 있던 사람이 같은 지하철에 올라탔다. 바쁘게 뛰지 않아도 충분히 지하철에 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바쁘게 움직이나 안 움직이나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같을 것이니까.


문득 이게 사람이 마음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끼는 물건이 망가졌다고 하자. 속상한 마음에 화도 내보고 원망할 대상도 찾아본다. 무빙워크에서 분주하게 뛰어가듯 말이다. 반대로 이미 망가진 것을 어떻게 하겠나 수긍하고 받아들여 본다. 바로 평정심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겨본다. 지금까지 겪어온 바로는 전자의 경우나 후자의 경우나 마음이 안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역치가 다르겠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어느 정도 일정 속도가 있고, 그것이 도달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무리 마음을 부산스럽게 움직인다고 해서 빠르게 다달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 종착역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서두름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함이 지배적인 지금 시대에서 다들 마음마저도 조급하게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소란으로 마음을 괴롭히는 일을 멈춰보자. 어차피 결과가 같다면 마음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