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예요?”
“제 취미는…”
(이걸 취미라고 해도 될까?)
나는 한때 취미부자였음에도,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좋아하는 일, 시간 남을 때 하는 일을 말하면 될 일을, 이상하게 그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거창하지 않았다.
혼자 낙서하듯 그린 그림, 레시피를 따라 하다 종종 실패하는 요리, 대단할 것 없는 글쓰기.
그저 나 혼자 즐기는 일이었는데, 누군가 “와, 너 그림도 그려?”라고 묻기라도 하면, 나는 괜히 움찔했다.
‘아.. 그게 아마 너가 생각하는 그런 그림이 아닐 텐데.
(괜히 그림이라고 말했나)’
사람들은 취미라고 하면 일정한 수준의 실력을 갖췄을 거라 기대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취미를 들으면 ‘그럼 보통 사람들보단 잘하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기대에 닿지 못하면 취미라고 말하는 게 괜히 민망해졌다.
취미를 찾겠다고 이것저것 손대본 경험도 숱하다.
플라워 레슨, 베이킹, 러닝, 체스, 세밀화 수업, 캘리그라피..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멋져 보였는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즐겁지 않거나 지루해서 금새 손에서 놓게 되었다.
그 과정을 지나며 알게 됐다.
취미는 실력을 증명하거나 생산성을 가져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했다.
겉보기에 별것 없어 보였던 그 시도들은 내 삶의 여러 순간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낙서 같은 그림은 관찰력을 길러줬고, 종종 실패했던 요리는 이제는 레시피를 대충 봐도 망하지는 않는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지만 나는 집에서는 작가가 된다. 자기 전 책을 읽다 떠오른 생각을 급히 메모하고, ‘내일은 이런 글을 써야지’ 하며 잠드는 그 시간이 즐겁다.
조금씩 삶의 기술을 배우면서, 내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다.
흔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하면 멋진 직업이나 커다란 성취를 떠올린다. 꼭 그래야만 멋지고 가치로운 삶일까?
사실 우리 가슴은 이미 매일 뛴다. 누군가의 눈에 특별해 보이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몰입하는 순간마다.
결국 취미는 실력이 아니다.
나를 더 알아가게 하는, 사소하지만 빛나는 즐거움이다. 해야 할 일들에 치여 무채색으로 흘러가는 하루에, 좋아하는 색깔 하나쯤 덧칠해 주는 일.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즐겁고 기분 좋은 것, 그걸로 충분하다.
아마도 취미가 멋져 보이는 순간은 억지로 실력을 쌓아서가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몰입하고,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그 순간일 것이다.
그런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취미를 깊고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유한 결을 갖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