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늘 불안했다.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작은 실수에도 쉽게 흔들리곤 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잘하는 것도 없잖아.”
스스로에게 찍어둔 낙인은 불필요하게 선명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됐다.
자신감을 갉아먹었던 건 결국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내가 말하는 자신감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큰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무대에 서서도 전혀 떨지 않는 배짱 같은 것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그저 어느 자리에서든
나를 초라하게 느끼지 않는 마음,
그게 내가 갖고 싶었던 자신감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걸 들킬까
늘 불안해야 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애매한 것 투성이에 딱히 잘하는 것도 없잖아.”
그래서 애써 아닌 척, 잘하는 척,
괜찮은 척, 부족하지 않은 척하면서 피했다.
결국 그런 내 모습은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비쳐졌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니
더 위축되고, 더 불안해졌다.
나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을 가지라는, 누군가의 격려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견디는 힘이었다.
항마력.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견뎌야 하는
그런 난감한 기분.
내가 나의 약점을 정면으로 바라보자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씩 편해졌다.
언젠가 우연히 들었던 홍진경 씨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진짜 겸손 아닐까?”
그 말을 처음 들었던 날 정신이 번쩍했다.
‘그러게..? 나 뭐 돼?’
나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면서
왜 늘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을까.
실패해도 괜찮다.
못해도 괜찮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나를 조였던 긴장이 풀리고 숨이 트였다.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작은 결심과 용기가 쌓여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오늘의 나를 믿겠다는 결심,
내가 먼저 나를 안아줄 용기.
나를 믿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
나는 정말 나 자신에게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나와의 약속을 자주 지켰다.
지금의 내 모습 중에서 싫은 모습을 바꾸기 위한
노력 한 가지씩 아주 작게 시작했다.
오늘은 맥주 말고 탄산수 마시기,
스쿼트 10개만 하기처럼
작은 약속들을 하나씩 지키며
나 자신과의 신뢰를 쌓았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감각이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스스로를 애써 초라하게 바라보지 않는 일.
나를 몰아세운 날에는
내 마음을 다독여줄 줄도 알아야 했지만
자기연민과도 구별할 줄도 알아야 했다.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그때 그 일 때문이야.’
‘난 학창 시절부터도 그랬어.’
이 못난 생각들은 결국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내가 멈춰있는 이유로 만들고 말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지내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기로 했다.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변명으로 덮지 않고
그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그 단순한 태도가 나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자신감은 완벽함에서 오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 나를 믿겠다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된다.
환경보다 중요한 건 매일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쌓아 올린 믿음이 아닐까.
오늘도 나를 믿는 선택을 하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