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있던 2주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지 모르게 지나갔다. 첫주는 삭신이 쑤시고 환자라는 생각에서인지 조심스러웠다. 일하는 엄마인지라 한편으론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에 '올레'를 외쳤고 한편으론 할머니에게 맡긴 딸내미 걱정, 걱정하지말고 잘 쉬다오라고 했지만 내심 못마땅해하는 것 같은 엄마의 반응, 당장 다음달에 가야하는 전국대회..머리속은 복잡했다.
교통사고 환자가 되어본건 처음인지라 절차가 어떻게 되고 이런것도 모르고 유불리 판단 뭐 이런것도 계산안되는 성격이라 유독 오래걸리는 mri촬영과 추석연휴로 인해 결과까지 오래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까지 했다.
2주째 접어드니 정신이들고 당차게 "원래 티비를 안봐서 필요없어요."라고 말했던걸 번복하고 리모컨을 받아왔다. 안보던 티비를 실컷 보니 딴세상이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보고 기안의 팬이 되었고 '은중과 상연'을 보고 감상에 젖기도 했다. 대면대면하던 같은실 60대 언니(?)들과도 사는이야기 자식이야기, 사고이야기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병원에 있으며 또한번 내려놓기를 배웠다. 아둥바둥해도 내맘대로 안되는것들도 있다.
3주를 채우고 경추 협착, 디스크, 허리 디스크는 파열에 협착, 결과는 참혹했다. 다행인건 거기에 비해 움직임이 아예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침을 놓고 물리치료, 추나, 도수 여러치료를 했다. 디스크가 이미 있던 나는 도수나 주사를 맞는게 결국 제일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수 있다는걸 알고있었지만 그런것들은 또 교통사고 보험처리는 안된단다.
이곳의 도수치료사는 다른곳과 다른게 전신 치료에 등짝위에 올라가 사정없이 등과 허리를 밟아대고 목이랑 팔도 꺾어댄다. 나는 원래 마사지도 최강도로 받는 사람이다보니 꽤 만족스러웠지만 그안에서 다른 환자들과 고성이 오가는걸 보니 평범한건 아닌가보다.
교통사고로 인해 예정되었던 야심차게 시작한 두개의 마라톤은 모두 참가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이제 계속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기학교스포츠클럽 육상대회 종합우승 덕분에 전국대회 출전권을 얻었건만 당장 숙소와 버스, 여러가지를 알아보고 품의, 계약 머리가 복잡한데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뒤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복대를 차고 주말없이 연습하고 대구까지 고속버스 타고 8명의 남자 아이들과 대범한 출정을 했다.
늘 그렇듯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고 큰 경기장을 수십바퀴씩 돌면서 참견했다.
결과는 종합2위. 짧게 표현해 아쉽지만 최고의 순간, 감격의 도가니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학교로 돌아가도 우리밖에 알 수 없는 현장의 기억과 추억이지만.
돌아온 학교에는 또 현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석연휴, 수능으로 인해 촉박한 수행평가 마감, 논술평가 출제와 채점, 점심 교내리그 진행, 5분만에 밥을 먹고 양치도 못한채 운동장에 뛰쳐나가야한다. 축구장 라인이라도 못그린날은 부랴부랴 마그네샤 뒤집어쓰며 라인기를 끌고 100미터 달리기를한다.
휴~ 내년 1학기를 마지막 남은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관리자분들께 넌지시 알렸다. 여러모로 다채로웠고 후회없는 1년이었다.
진심인지 모르지만 휴직을 다시 생각해보라고는 하셨다. 이랬든 저랬든 결정은 내가 하겠지만
조금 내려놓고 다시 초심으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교사란 어차피 승승장구하는 직업이 아니고 내년엔 또0에서 시작해야 하나 여기서 엔진에 시동을 좀 꺼줘야 한다. 과유불급이라. 제동이 없으면 교사 자신의 정신과 신체적 건강을 갉아먹고 독이된다는걸 잘 알고있다.
앞으로 남은 삶, 철학,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