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결과가 나오면 바로 퇴원하려고 했다. 일주일은 여기저기 아프고 앓다가 가고 그 다음 일주일은 정신이 돌아오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병실을 쓰는 언니(?)들과 친해져서 살아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 실컷 듣고 병원동기가 되어갈 즈음. 몸이 살만하니 이런생활도 가능하구나 싶고. 진짜 많이 아프거나 다친사람들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처음엔 쓰러져 자다가 그 다음엔 잠이 쉽게 오지 않아 뒤척이고 아이가 태어난후 하지 못했던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안보던 티비도 지겹게 봤다. 이 안에서는 병원복 하나면 다 해결되고 샤워도 이틀에 한번 한다. 그래도 바깥생활 버리지 못하고 가을준비, 옷사고 신발사고 다 부질없다.
장롱속에 가득한 버버리 코트는 한번 입을 수 있을런지.
드디어 mri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절망적이다. 목에 있던 디스크는 협착과 디스크로 발전했고 허리에는 협착과 있던 디스크는 결국 터져버렸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동안 자꾸만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도 이런치료를 받았던가, 받아보지도 못하고 수술대에 올라간건 아닐테지. 치료기기에 쓰여있는 글을 보니 대소변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을때까지 가면 수술을고려해야 한다고 되어있었다. 가끔 픽 쓰러져서 화장실 들어가기도 전에 대변을 쏟아냈다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을때도 그것 때문인지 나는 몰랐다. 면회를 온 엄마와 언니에게 다 부질없는 지난 이야기들을 물었다. 아빠도 입원해서 치료를받았다면..관장을 해서라도 그 부푼 배에 조치를 했더라면. 괜찮았을까..아빠는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수술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고 했다. 아빠는 병원으로 갈 채비를 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는 두려워졌다. 우선 다시 시작하고자 했던 달리기도 이제는 못할 것 같다. 원래대로였다면 이번주 일요일이 대회인데 이제는 영영 못할 것 같다. 몸은 점점 늙어가나 마음은 하고싶은게 많던 그 새로운 마음가짐들도 다 부질 없어졌다.
몸쓰는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내 직업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병원장과 도수치료사는 애써 위로한다. "수술 없이도 관리하며 잘 지낼 수 있어요. 몸이 문제라기보다 그로인한 마음이 문제입니다."
아빠가 생각난다. 자식 다 소용없다. 엄마가 그동안 힘들었겠다.
잠이온다. 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