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강제 휴가

by gozal

교통사고였다. 설명하자면 긴 에피소드지만 대학 졸업 후 2년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냈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러시아어에 관심을 갖었고 다문화학생이 많이 다닌다는 학교에서 수업공개를 한다는 소식에 수업까지 급하게 바꾸고 안산으로 가던 중이었다. 가면서도 생각보다 가는시간이 오래걸려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다시 돌아 갈까..?"생각하던 차 앞차가 끼어들어 고속도로를 벗어나려다 끼어들지도 못하고 서버렸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멈췄고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질 않았다. 백미러로 보이는 하얀 트럭은 그대로 돌진해 '쾅~!!'

photo by soyul

앞뒤 세 차량이 모두 갓길에 섰다. 트럭 운전자는 내려서 앞차를 원망했고 앞차는 내려서 뒷차를 질책했다. "저는 우선 모르겠고 보험회사 기다리겠습니다."

다행히 어디 부러지거나 몸이 뒤틀리거나 붕 뜨거나 그런건 아니다. 보험사 직원이 도착하고 내려보니 트렁크 뚜껑은 날아가고 트렁크는 이미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귀중품 있으면 가져가라는 말에 스위치를 살포시 누르니 나사가 팅~! 팅~! 날아간다.

보험사는 일사천리로 최신식 렌터카를 모셔오고 나는 그걸타고 가는 내내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우선 지인이 추천해준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교통사고 전문병원이라니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나. 입원을 하라는 말에 하루 더 생각해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출근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혹시모르니 강사님도 모셔야하고 시간표도 바꿔야하고 대회를 앞둔 아이들과 회의도 해야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집에가서 쓰러져 잠들어 일어나보니 6시다. 다시 입원준비를 단단히 하고 병원에 갔다. "어이쿠 아프면 빨리 와야지 "

주말동안만 입원치료하려던 계획은 뜻대로 안되고 일주일이 흘렀다. 먹고자고 치료받고 먹고자고 치료받고. 일주일은 허리, 목, 다리 안아픈곳이 없었지만 하루하루다르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간호사님께 "그 때 티비 안본다고 했는데 그냥 보려고요. 리모컨 좀.."

같은 병실을 쓰는 50대, 60대 여사님들은 언니가 되었다. 다들 처음엔 끙끙 앓다가 점점 말이 많아지고 이제는 내가 학교에서 그렇게 부르짖던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집에서 못보던 티비..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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