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엉성한 토스와 스파이크 연계로 달성한 1승(2.0)
CGV VVIP 또는 SVIP가 되면 하루 동안 원하는 극장에서 원하는 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원데이 프리패스라는 제도가 있다. 과거보다 제약이 많아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 VIP 전용 혜택이나 SVIP 원데이 프리패스의 경우 1인 동반까지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어 최근 잘 보지 않았던 대중 영화들을 쭈욱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관람한 영화는 <1승>, 한국에서 오랜만에 개봉한 스포츠 영화이다. 여성 배구를 소재로 최하위 팀이 1승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면 바로 비교가 되는 애니메이션이 일본의 <하이큐!!>이다. 배구를 다루고 있다는 유사성만이 아니라 과거의 강호였으나 현재는 지역에서 잊혀진 카라스노 고교의 배구부가 전국고교체육대회 1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하이큐!!>의 내용과 최하위팀으로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핑크스톰이 단 1승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1승>의 내용은 배구라는 유사성을 매개로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이큐!!>와 비교해 <1승>은 스포츠 경기로서 배구에서 관중들이 바라는 긴박함, 강렬함, 시원함을 해소해주는 감이 있다. 상대팀의 움직임을 파악해 공을 올리는 세터, 올려진 세터의 공을 네트 너머 상대편 진영에 시원하게 꽂아버리는 스파이커, 날아오는 스파이커의 공이나 상대의 변칙 공격을 언제 어디서나 손과 발을 사용해 몸을 던져 막아내는 리베로까지. <1승>은 관객에게 스포츠로서 배구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충분히 선사하는 듯하다.
출처. 왓챠피디아
하지만 <1승>은 단 한 번의 배구 경기를 보는 관중이 아니라 최하위팀 선수들과 감독 '김우진(송강호 분)'이 어떻게 한 팀을 이루어 성장하는지를 보는 관객을 상대해야 한다. 관중은 선수들과 감독 사이 혹은 선수들 사이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없으나, 영화인 <1승>은 관객에게 선수들과 감독 사이 혹은 선수들 사이의 이야기를 보며 팀이 아니었던 그들이 하나된 팀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관객이 핑크스톰이라는 팀을 영화 상영 동안이라도 최애 팀으로 인식해야 그들의 1승에 진정으로 동화되어 승리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서 핑크스톰의 1승 여정기에서 <1승>이 관객에게 보여줘야 했던 것은 인물 간 관계와 그에 따른 변화이다. 단적으로 <하이큐!!>에서 코트 위 제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는 '카케야마'는 어떤 순간이든 코트로 넘어오는 공, 넘어가야 하는 공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며 뛰어다니는 '히나타'를 만나 진정한 의미에서 코트 위 모든 공을 컨트롤하는 제왕으로 거듭난다. 두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라 부 활동에 열중하다 좌절한 형을 보고 그저 부 활동이라며 재능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츠키시마'는 다른 학교와 합동 훈련 중 '쿠로오'와 '보쿠토'를 통해 배구에 진정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된다. 매사에 소심하고 그저 친구인 츠키시마를 따라 배구부에 들어왔을 뿐인 '야마구치'는 훈련에 열중하며 승리하고자 노력하는 부원들을 보고는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보다 더 자신감을 갖고 단단해지며 결국 팀의 승리에 일조한다. 이러한 인물 개개의 서사로 관객은 서로 다른 최애를 갖게 되지만 동시에 그 최애가 속한 팀을 응원하며 진심으로 팀의 승리를 바라게 된다.
출처. 왓챠피디아
하지만 <1승>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그러한 특성이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는 과정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한정된 영화의 상영 시간 중 감독인 김우진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어 선수 개개인을 조명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핑크스톰을 최하위팀이자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가기 위한 커리어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김우진이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연구하며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감독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명확한 것에 반해 선수들을 비롯해 구단주인 '강정원(박정민 분)'과 같은 다른 인물들의 변화는 단편적으로만 제시된다. 또한 영화는 결말부에서 김우진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아닌 핑크스톰이라는 팀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로 갑작스럽게 선회한다. 영화에서 김우진의 반대에 서있는 인물은 과거 고교 배구 선수 생활 당시 시즌 중 다른 팀으로 가버린 스승이자 감독인 '문오성(김홍파 분)'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김우진의 목표가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간다는 것에서 감독으로 각성해 팀의 1승을 달성한다는 것으로 변화하는 과정 중 문오성에 대한 복수나 승리 혹은 문오성으로부터 인정과 같은 관계성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 않다. 문오성의 블랙퀸즈가 핑크스톰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해 시즌 전승이 무산되었음에도 감독 문오성에 의해 선수 김우진이 받은 상처가 치유되는 것 같지 않다. 경기 직후 영화가 조명하는 것은 승리한 것에 기쁘면서도 얼떨떨한 우진에게 오성이 다가가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들기고 악수를 청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뒷모습만을 담고 짧게 스쳐갈 뿐 1승으로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는 핑크스톰 선수단과 팬들의 모습이다. 애초에 영화가 목표로 하는 것은 핑크스톰이라는 팀의 1승이지 김우진의 1승이 아니라는 듯 선회해 영화는 그나마 있을 수 있는 드라마적 쾌감을 포기한다. 결과적으로 배구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 외에 인물들의 변화라는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없는 <1승>은 영화로서 쾌감이 아니라 스포츠로서 쾌감만 느낄 수 있는, 자기 콘텐츠의 본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영화가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