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시시 Jul 03. 2018

영화 <변산>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학수는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미워했다. 그런 분노를 가사에 담아 랩을 했다. 

낮에는 발레파킹을 하고 밤에는 고시원에서 지내는, 그 와중에 틈틈이 랩을 연습힌다. 

쇼미더 머니를 6년째 개근하면서 일상을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한때 시인을 꿈꿨던 학수는 지금은 래퍼가 되고 싶다. 

시인이 순수를 은유한다면, 래퍼는 세상에 대한 반항심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수는 서울에 오고나서 자신의 출신을, 자신의 고향을 숨긴다. 

랩에 사투리가 묻어난다는 말에 움찔하면서도 절대 전라도 출신임을 말하지 않는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속이고 전라도 사투리를 감춘다.

그는 그렇게 과거의 자신을 버리려고 애쓴다.


그토록 그가 래퍼가 되고싶어하는 것은 

순수한 어린시절의 무엇을 자신에게서 지우고 싶어하는 욕망의 표현같기도 하다.  

어쩌면 학수는 고향을, 아버지를 버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고향도 아버지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영화 <변산>은 학수가 우연하게 고향에 내려가면서 겪은 에피소드이다.

선미는 학수를 짝사랑해온 동창이고, 미경은 학수가 짝사랑했던 동창이다.

미경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동네 친구들과 때때로 사귄다.  

선미는 공무원이고 ‘노을 마니아’라는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선미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면서 휴직한 틈에 소설을 쓰고 있다.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하루 종일 병원에서 병수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착하고 효심깊은 선미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학수도 그런 것 같다. 

학수에게 선미는 그가 자신의 몸에서 떼어버리고 싶은 고향을 은유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완성된다.”


선미의 말이다.

선미는 첫사랑에 대해서, 그 애틋함은 어쩌면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선미는 학수 덕분에 노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책도 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혐오(쇼코의 미소, 작가의 말 중에서)”를 하는 학수에게, 

선미는 중요한 통찰을 주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결코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을 꾹꾹 눌러담는 학수에게서 그 감정들을 끄집어 내는 이가 선미다.

쇼미더 머니에서 어머니를 주제로 한 프리스타일 랩을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온 것도, 

어쩌면 해소하지 못한 감정들이 학수의 마음 안에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

폐항


내 고향은 폐향

내 고향은 가난해서 노을밖에는 보여줄게 없네

------------------------------------------------------------------------------

폐항이라는 시에서 폐항은 고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학수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수는 노을 밖에는 이라고 표현했지만, 선미는 노을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선미는 학수의 괄시와 천대에도 웃는 낯으로, 구김살없이, 꿋꿋이 학수 곁에 있다.

선미같은 친구가 있다는게 부러웠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이지만, 그 뻔함이 주는 위로가 있다.

고향 사람들이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그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애정이 결국 학수의 생채기난 마음을 아물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만나러 갑니다 후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