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Dec 17. 2021

경험의 힘과 그 소중함에 대하여

출간회 그 뒷이야기


12월 15일 수요일, 나의 첫 책 <내 생애 가장 추운 봄>이 세상에 공개됐다. 출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알려지지도 않았기에 나와 내 가족, 친척, 친구들, 가까운 지인 정도에게만 소식을 알렸다.

첫 출간회이기에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저녁을 먹지 못하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출한 배를 채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과와 탄산수를 준비했고, 직접 찍은 사진으로 스티커를 만들었으며 책을 정성 들여 하나하나 포장했다.


출간회에는 귀한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와서 축하를 건네주었다. 오겠다는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며 반기는데, 나는 이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이들에게 있어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싶어졌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길래 자신의 귀한 시간을 투자하고, 저녁을 거르면서 까지 내게 발걸음을 해준 것일까.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개회사와 책의 간단한 소개, 대표님의 축사,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 컷팅식과 기념사진, 폐회사까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나는 이들의 시간을 아끼고자 간단하게 준비했으나 한편으로는 내게 와준 사람들이 허탈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출간회 자리는 너무나 어려운 자리였기에..)


내가 서서 말하는 내내 나의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워 단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음 사람들 앞에 나선 것이라 그랬을 수도 있으나, 벅차오르는 마음이 주체가 안됐다. 그리고 그 눈빛들이 내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넌 할 수 있어”라는 응원처럼 보였다.


무사히 출간회는 종료되었고, 한 명씩 돌려보내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날은 감정이 복잡 미묘했다. 인쇄된 책을 보면서 내가 쓴 것이 맞나 싶었고, 한 명씩 지인들이 들어올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고 나의 일을 이토록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꽤 든든했고, 어깨가 으쓱되는 하루였다.


누구나 경험할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시간을 선물 받은 나는 한동안 이 오묘하고도 행복한 마음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또 다른 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생애 가장 추운 봄> 출간회에 초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