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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an 05. 2022

낮과 밤의 경계: 일몰시(日沒時)1

아련하고 소중한 북성포구

인천 스펙타클을 시작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 작년 12월 말.


제가 선택한 콘텐츠의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어

뒤늦게나마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왜 '일몰'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어떤 말을 전하고자 했는지 들어봐 주시겠어요?

.

.

.

언젠가 문득 ‘일몰의 모습이 어느 장소든 다 같은 모양,

같은 색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 의문에서부터 <낮과 밤의 경계: 일몰시(日沒時)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질문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여태까지 보아온 일몰의 모습은 모두 다 같은 모습이다

□일몰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해가 지고 있는 인천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다


먼저 내가 보아온 일몰의 모습에 대해 말하자면

모두 다른 색과 모양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분, 매 초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해와 노을의 색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느낌과

이상한 외로움이 동시에 찾아온다.


생각해보면 나는 주로 일몰을

제주도나 강원도 등 여행지에서만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른 이곳,

인천에서 일몰을 본 적이 있나 싶어졌다.


20년 이상을 살았는데

인천의 일몰을 본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서해, 인천의 일몰은 어떤 모습일지.


얼마나 아름다울지.

호기심이 들었다면 직접 움직이는 게 답이다.

일단은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일몰을 조금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과

일몰이 바라본 인천의 모습까지 기록했다.

맨 처음 세 가지의 질문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읽어 내려갔으면 좋겠다.


1) 북성포구


교통 Tip

인천 중구 북성동 1가 3-11

(인천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20분)


처음 이곳을 방문하기로 한 이유는

딱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우연히 검색하다 북성포구에 방문한 사람의

글과 사진을 보았는데,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북성포구를 향해 걸어오는 동안

‘이곳이  왜 멋있지?’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큰 트럭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지나고,

공장의 옆길로 들어가야만 발견할 수 있기에

‘이 길이 맞나?’ 하며 의아했다.


또 내가 방문한 시간대에는

썰물로 인해 갯벌만 남아있는 상태라

내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도 가보자 싶어 발걸음을 재촉할 때쯤

북성포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비릿하고 짠 바다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제대로, 잘 찾아왔구나!’ 싶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어있던 평평한 길과

그 길 끝에 있는 북성포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착한 지 40분쯤 흘렀을까,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니

갯벌  위로 붉은빛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는 공장의 뒤편으로 숨어버렸지만,

해는 자신이 남아있음을 알리는 듯

붉은빛을 열심히 뿜어냈다.


하늘에는 연한 보랏빛, 노란색, 붉은색이 공존했고,

그 색들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으나 하나로 어우러졌다.

여기에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가 더해지니

이곳이 내가 알고 있던 인천이 맞나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아, 이거였지. 난 이 모습이 보고 싶어 여기에 왔구나,

근데 생각보다 더 황홀한 모습이다’라는 감탄을 뱉었다.


이곳이 왜 사진작가들에게 유명한 장소인지,

유명할 수밖에 없는 곳인지 알 것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아주  큰 도화지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멍하니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반대로 해를 등지고 섰다.

지금 내려앉고 있는 해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뒤돌아서자 빛이 드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쪽에는 어업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가장 안쪽에 노점에서는 북성포구에서 잡아 올린

생선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물들과 생선 박스, 그물을 수선하는 이,

판매하는 상인, 구입하는 주민들,

그리고 쌓여있는 어업의 흔적들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옆에서 사진을 찍던 분이 내게 말을 건넸다.

“북성포구도 곧 매립이  된다고 하니

이제 보기 어렵겠네요”

처음 그 말을 듣고 난 후에는

‘너무 아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스치듯 본 북성포구 끝자락의  

공사 현장이 떠올랐다.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곧, 머지않아 내가 보고 있는

이곳의 일몰의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가장 먼저 들었고,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보고 있노라면

행복과 뭉클함이 가득 느껴지는 곳이었기에.


기분 좋은 기운을 가진 북성포구가, 그 모습을 감추기 전에 부디 더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기록했으면 좋겠다.

훗날 어떤 이의 추억의 장소일 수도,

미래의 어떤 이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말이다.



일몰이 보내는 메시지:

“북성포구는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주 귀중한 장소입니다.

제가 붉은빛을 내는 시간대에는 특히나 더 빛이 나는

곳이에요. 이 아름다운 곳을 꼭 기억해주세요”




*북성포구 앞쪽은 현재 매립 계획이 없으나,

매립이 될 가능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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